‘우주적 존재’. 수묵화, 추상화, 오브제를 넘나드는 이성영 작가의 작품들에는 이미지 저편에 존재하는 거대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는 우리 주변과 인간을 둘러싼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관찰의 성과로, 그의 관심은 풍경을 넘어 자연환경과 인간, 우주라는 주제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자연을 멀리서 관조하는 듯한 시선으로 그려진 광활한 산수화는 감상자들로 하여금 인간은 그저 자연의 작은 파편일 뿐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런가 하면 마치 서양의 추상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군에서는 ‘생성과 소멸’, ‘봄의 기운’과 같은 주제로 자연이 지닌 불가항력적 힘을 이야기한다. 그의 관심은 일상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데, 폐기물이 된 밥상에 칼조각들을 붙인 작품들에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쓸모를 다하면 버려지고 소멸되는 삶에 대한 고찰이 녹아 있다. 우리네 삶과 일상에 대한 성찰, 그리고 자연과 우주적인 존재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공존하여 깊고 오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들이다.
수묵으로 그려진 전통적인 동양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컬러풀한 회화, 그리고 밥상과 함께 칼날을 오브제로 활용하여 세련된 화면을 구현하는 작품들까지. 이성영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관록만큼이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버려진 캡슐 알약을 꾹꾹 누른 후, 그 위에 채색을 하는 매우 독특한 기법을 통해 방법론적으로 다양성을 구사합니다. 한때 생명을 살렸던 약들도 시간이 지나면 폐기되고 캡슐 속에 있었던 하얀 가루들은 모두 쓰레기로 버려집니다. 비어 있는 캡슐은 간혹 세상에서 자신의 본성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자화상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폐기될 뻔한 캡슐들은 하나하나 정성스레 눌러 붙이는 작가의 손길을 따라 새로운 정체성을 얻고 생명 가득한 이미지로 태어납니다. 똑같이 생긴 수백, 수천 개의 알약처럼 자신의 본성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생명력이 더해지는 순간입니다. 물질에 대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들로 하여금 우리 주변의 삶과 현재 상황, 나아가 나 자신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게 하는 철학적인 그림입니다. 우리의 삶과 우주적 존재에 대한 성찰 담긴 이 작품들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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