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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희 작가에게 헌 옷은 단순한 사물이 아닌 한 사람의 흔적이다. 새 옷에서는 찾기 힘든 사람의 이야기가 낡고 변형된 옷에 담겨 있다. 따라서 옷은 한 사람의 삶을 대변하는 매개체가 된다. 거기에는 기억이 담겨 있어 그를 통해 사유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옷과 중첩된 신화 속 여성의 이미지에서 인간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옷에서 출발하여 그 주인의 이야기를 넘어 수백, 수천 년을 이어온 여성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것이다. 종이 위에 사진과 드로잉, 판화 기법을 두루 사용하여 은은하지만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겹겹이 더해진 각 단계를 통해 밀도 있는 화면이 구성된다.
옷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힙니다. 작가는 오래된 옷이 그 사람의 삶을 대표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체취와 시간성이 각인된 ‘특별한 사물’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여기엔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억은 독특하게도 명화 속의 신화적 여성상으로 드러납니다. 예상치 못한 두 도상 간의 만남은 새로운 생각과 이야기를 생성합니다. 여러 겹으로 중첩되고 분리되는 이미지의 사이사이에 감상자의 사유의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작가에게 옷이 기억과 생각의 매개체가 되었듯 감상자에게는 작품이 지난 것들에 대한 기억과 새로운 생각의 매개체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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