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오 작가의 작업에서는 흔히 명화로 알려진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데, 작품이 이 명화들을 품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 작가는 명화의 일부를 커튼처럼 만들어서 작품을 배경에 걸어놓기도 하고, 명화를 찢긴 사진처럼 묘사해서 배경에 테이프로 붙여놓기도 한다. 때로는 명화를 책의 한 페이지로 만들어서 텅 빈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것처럼 묘사하고, 명화와 배경 모두 캔버스를 감싸고 있는 하나의 천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작가가 배경을 묘사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배경에 손으로 잡은 자국, 물감을 덧바른 흔적 등을 일부러 남겨 놓아서 배경 또한 단순히 어떤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로부터 벗겨낼 수 있는 커튼, 막 같다는 착시효과를 낳는다. 이로써 작가는 회화가 현실을 넘어서는 상상과 꿈의 세계를 묘사한다는 초현실주의의 테제를 건드릴 뿐만 아니라, 현실에 대한 환영을 만드는 매끈한 이미지에 대한 의문과 사유를 촉발한다.
고진오 작가의 작품에는 밀레의 <만종>,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의 한 장면인 <아담의 탄생> 등, 우리가 미술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명화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화의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는 명화의 일부분을 취해서 작업에 덧붙입니다. 작가는 때로는 구겨진 사진이나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하는데, 이런 점에서 고진오 작가의 작업은 실제 세계에 관한 환영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했던 과거 거장들의 작업과 달리, 그 환영의 장막을 움켜잡고 걷어버리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품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고요한 풍경과 그 위에 덧붙여진 명화 사이의 오묘한 조화 또한 작품 감상의 포인트입니다. 여러 방식으로 보는 재미가 있는 고진오 작가의 작품과 함께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보시기를 권유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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