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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선 작가의 작품에는 어떠한 공간과 일련의 사건에서 느낀 감정들이 다분히 절제된 형태로서 내재되어 있다. 버려진 것, 공허한 것을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보고 표현해내며 역설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은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미지의 풍경’을 완성시켰다. 종이 위에 목탄을 사용해 즉흥적으로 그려나가고, 그 위에 분채나 과슈 같은 다양한 재료로 다시 쌓는 과정을 거듭하여 비로소 화면은 채워진다. 중첩된 선, 혹은 늪이나 숲의 형상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가까워진 명료한 이미지로서 의미를 가지게 되며 동시에 작가가 세계와 맞서는 방식의 투영일 수도 있겠다.
쉼 없이 나아가야만 하는 일상에서 불어닥치는 불안함과 그와 동반되는 공허함, 허무함에 우리는 종종 오랫동안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들은 개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기도 합니다. 윤혜선 작가 또한 이따금의 방황 속에서 어딘지 혼돈스럽고 적조하며 고독한 내음을 맡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내면의 세계에 집중하면서, 자유롭게 그려내고 지워내는 시도를 반복하며 하나하나의 흔적을 화면 위에 남겼습니다. 단색 톤에 가깝게 조율된 색채는 담담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 공감을 만들어내는 울림을 갖는 듯합니다. 다소 무거운 성찰을 주제로 하지만 그것이 무겁게만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점이 윤혜선 작가의 작품이 가진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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