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23
60x76cm (20호), 2018
* 작품에 따라 액자 처리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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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노트
김지희 작가의 작품이 지닌 분위기는 예로부터 뛰어나게 잘 그려진 동양화를 일컬을 때 사용하였던 담박(淡泊), 소쇄(瀟灑) 하다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화병이나 그릇 등 일상 기물을 다룬 작가의 작품은 딱 떨어지는 직선 대신 자연스러운 선이 돋보이는데 관람객은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 선들 사이사이의 빈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더불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정물들은 너무나 익숙하게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대상이기에 여기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공백의 영역에 더욱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 낯선 감각을 경험하게 하는 이 작품은 매일 매 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에게 다가가게 된다.
추천 이유
수년 전 개봉했던 어떤 영화에서 시간 여행을 하는 주인공이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고도 행복을 찾는 방법에 대해 '오늘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듯이 그 하루를 온전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언뜻 어려운 일이 아닌 듯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잊기 쉬운 사실이기도 합니다. 눈을 뜨면 보이는 매일 같은 집의 모습, 그리고 거리의 풍경에서 색다른 점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예 같은 날은 하루도 존재하지 않기에, 누군가 이를 매일 일깨워주기만 한다면 온전히 그 하루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일상적인 사물 사이의 공백에서 느낄 수 있는 미묘한 차이로 인한 새로운 감상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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