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시간들이 지나면 추억이 되고 어느 날 우연치 않게 그 시간들을 되새기는 순간이 온다. 매일매일이 비슷해서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하는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소중해지는 순간처럼. 이혜진 작가는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사물, 그리고 공간들을 감각하여 빗 바랜 추억을 곱씹는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순간을 만났을 때, 그녀의 작업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혜진 작가는 자신이 느끼고 발견한 섬세하고 감각적인 정서가 시간, 공간 그리고 기억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종이와 연필 그리고 수묵 기법을 사용한 고즈넉한 그녀의 풍경들은 익숙하면서도 편안하고 정적이지만 동시에 다사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시간이 지남에도 늘 사랑받는 작품들, 즉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은 변치 않음이라기 보다는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기분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느끼게 되는 연유는 아마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겠죠.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을 붙잡는 이혜진 작가의 작업은 마치, 새로운 나를 마주하게 하는 고전 이야기를 연상시킵니다. 시간이 지나면 증발하는 기억이 뜻밖의 순간에 마치 화학작용처럼 문득 떠오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안온한 하면서도 신선함을 주는 이혜진 작가의 작품은 익숙하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시간과 공간의 풍경을 예리하게 표현하는 일상을 돌이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여러분도 이혜진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잊고 있던 기억을 또 다른 추억으로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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