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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묘사 없이도 모든 것에 대한 상상을 담보하는 김이태 작가는 사회에 대한 ‘거리 두기’와 적극적인 ‘관계 맺기’를 동시에 실천한다. 그의 회화는 존재하지 않는 듯한 빛의 모음집이자, 이 시대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양태의 교향곡이다. 작가의 붓질과 동시에 생성되었을 단어들은 일렬로 줄을 선 채 작품의 제목이 된다. 마치 시가 그러하듯, 언뜻 불명확하게 느껴지는 김이태의 묘사는 전체와 부분, 집단과 개인, 3차원과 2차원을 자유롭게 드나들기에 이른다. 일상을 감싸고 있는 구조를 마치 해부하듯 편집하여 공동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작가의 연구 과정은 역사를 해석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이태 작가는 한 구절의 시로 작품 제목을 엮어내고, 색채와 명암으로 2차원의 캔버스에 양감을 불어넣습니다. 극히 시적이면서도 서사적이지 않은 이미지는 언어화 할 수 없는 장면으로 존재하며 눈앞에 놓입니다. 작가는 우리 사회 곳곳의 다양한 구조가 개인적 일상에 비집고 들어오는 순간을 ‘채집’하여 새로운 차원으로 재구축합니다. 공동의 것에서 발견되는 개인의 기억은 작품 내 흩어진 시간과 공간이 되어 돌아오는 듯합니다. 흐릿한 얼굴을 지녔지만, 이로써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기억은 역사가 될 채비를 마칩니다. 물감이 흘러내린 자리와 하나의 색 위에 또 다른 색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각자의 역사를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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