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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재현은 회화적 표현에 있어 그저 ‘얇고 옅은’ 시도로 느껴지곤 한다. 존재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은 아마 이 시대에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대상이 유동적인 존재라면 어떨까. 특히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레 내려앉은 빛은 향방을 정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에서 빛을 포착하려는 시도는 찰나의 순간을 그려내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테다. 이로써 시간과 순간을 논하는 이세명 작가는 일상 너머의 장면, 즉 상상과 기억을 넘나드는 장면을 시각화한다. 이때 낯익은 도로와 가로등을 바라보는 감상자의 시선에 따라 빛의 색은 변화하게 된다. 개개인의 기억 속 모습이 작품을 통해 현재 인지하고 있는 장면과 동일한지 알 수는 없더라도, 변화하는 빛은 순간의 감정과 연결되기 마련이다.
한편으로는 실제의 모습을 그대로 포착해낸 사진처럼 보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물감이 번져나가는 회화 같은 작업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한밤중에 지나치게 되는 주택가, 가로등이 옅게 빛을 내뿜는 어느 도로, 그리고 새벽 두 시의 모습으로 보이는 한강대로까지, 이세명 작가가 표현하는 밤은 언어 그대로 ‘일상’의 밤이자 새벽입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색으로 퍼지는 빛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어느 날은 푸른빛이 돌고, 또 다른 날의 끝엔 주황빛이 있는 순간을 정확히 끌어내는 작품을 통해 하루를 마무리해보세요. 파란색이 마냥 차갑게만 느껴지지는 않듯이, 오늘 우리가 돌아보는 스스로의 모습 또한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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