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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빛이 되어 흐려진 풍경을 뒤로 한 채 민들레 씨앗이 공중으로 흩날리고 있다. 공기평 작가의 Mt. Jiri 시리즈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모습과 달리 지리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지 않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멀리 뻗어 나가는 민들레 씨앗이 시리즈의 중심이자 작가의 메시지를 담은 아이콘(icon)이다. 민들레는 전 세계에 서식하는 식물이며, 그 씨앗을 불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 또한 만국이 공유하고 있는 풍습이다. 작가는 본 시리즈를 통해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염원을 그려낸다. 작품의 소재가 된 지리산은 남한과 북한의 이념이 대립되었던 역사적 장소이다. 세월이 지난 지금, 지리산은 기억의 정원이 되어 아픈 역사와 사람들의 이념을 꽃피우고 있다. 그 속에서 피어난 민들레는 화폭 위에서 작가의 소망을 담은 바람을 따라 씨앗을 퍼트린다. 그들은 자유롭게 날아다니다 우리가 밟지 못하는 땅에 내려앉아 뿌리를 내릴 것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 민들레 씨앗을 불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하얀 솜털이 흩날리는 모습을 보며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기억하시나요? 공기평 작가 또한 바람에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과 함께 자신의 소망을 작품에 담았다고 합니다. 시리즈의 제목인 지리산은 작가에게 있어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공간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리산의 생명들은 당시 민중의 신념과 영혼을 비추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지리산을 자신의 피난처이자 안식처로 삼고 작품에 등장시킵니다. 천왕봉 들판 위로 퍼져나간 민들레 씨앗이 분단선 너머 살포시 내려앉을 모습을 상상하며 통일을 염원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공기평 작가의 작품은 자연의 모습과 어린 날의 동심, 작가의 신념까지 모두 녹여냅니다. 아름다운 묘사력과 희망적인 의미로 더욱 아름다운 이 작품을 통해 공간을 밝혀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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