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학영 작가가 논하는 ‘이질감’이란, 작품의 대상과 기법에 모두 적용되는 개념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낯선 풍경은 우리가 그간 믿어왔던 모든 것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하는 방아쇠가 되곤 한다. 한편, 초등학교 시절에나 썼을 법한 투박한 크레파스는 풍경화와 어울리지 않는 재료라는 편견을 깨고 바로 ‘지금’, ‘이곳’에 익숙함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감정을 충실히 받아들인 작가는 친숙하고도 친숙하지 않은 감상을 캔버스 위로 옮겨낸다. 작가의 시점으로 도시 어딘가를 바라보던 감상자들은 오일 파스텔 특유의 블렌딩 기법 너머에서 각자의 기억에 다가간다. 이로써 우리는 때때로 높다란 아파트를 멀찍이서 올려다보던 어린이가 되고, 노을이 질 때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던 사춘기 중학생이 된다.
누군가는 크레파스, 즉 오일 파스텔을 보고 유치하다고 말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사용했던 도구인 만큼, 우리도 모르는 새에 친밀함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다루기 쉽지만, 완벽한 묘사를 위해서는 블렌딩, 스크래치 등 다양한 기법이 요구되는 재료적 특성이 낯선 감정과 친근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설학영 작가는 크레파스를 쥐고, 세밀한 표현이 가미된 완전한 풍경을 하나하나 구축해냅니다. 어릴 적 한 번쯤 상상해 보았던 색채로 공간이 구성될 때, 캔버스를 매개체로 하여 기억 속 어딘가에 있는 조각을 모아보세요. 우리의 마음에 펼쳐지는 바로 그 풍경도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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