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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진 작가는 주로 고목, 분재 등 나무의 형태를 감정의 요소로 해석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작가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오랜 세월을 버텨 온 고목이나 자유를 잃고 다양한 욕망에 얽힌 듯 철사에 동여 매어진 채 살아가는 분재의 생명감에 영감을 받아 특유의 관념 산수를 완성해 보여준다. 물기가 마른 갈 필로 붓질을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태어난 작품들은 섬세한 먹의 농담(濃淡) 만큼이나 깊이 있는 감정 상태를 드러내 보여준다.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형태, 곧 호탕하게 뿌리를 펼치며 공중에 떠오른 부유하는 나무 이미지는 수많은 의무와 제약을 벗어던지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대변하며 현실의 갈등과 답답함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작가의 호방한 상상 속에서 비롯된 화면의 유희는 작가는 물론, 관람객들의 감정을 승화시키며 내면을 치유하는 힘을 지녔다.
장지와 먹, 전통 재료를 사용해 수묵화가 주는 편안함과 차분함을 지녔으면서도 그림 그리는 방식과 주제 선택이 자유분방하여 현대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현대 사회의 속도에 맞춰 새로운 것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유익한 생활을 목표로 달려나가는 삶이 버거울 때 더욱 과거를 찾아 헤매며 집착하게 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그리하여 고목과 분재처럼 오랜 세월을 버티고 인내해 온 대상들이 작품 수요 소재로 등장하며, 자신을 가둔 그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날아오른 나무 이미지를 통해 압박감을 느끼며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합니다. 특히 오랜 세월을 온몸으로 버텨 온 흔적, 사람으로 치면 치열한 삶의 핵심인 양 남은 뼈 혹은 근육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나무 이미지는, 단순하지만 변치 않는 단단한 중심을 지닌 올곧은 존재를 떠올리게 합니다. 자극적인 색의 향연에서 벗어나 눈도 마음도 단순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을 통해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는 기회를 마련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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