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끈들은 서로 엉키어 꽃이 되고 바위가 되며 산을 이룬다. 끈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물건을 묶거나 이어주는 물체를 의미하지만, 이윤정 작가에게 있어 끈은 자연이며 인간의 삶을 의미한다. 다양한 굴곡을 그려가면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끈과 같은 인생. 여러 가닥들이 얽히며 공존해가는 인간관계와 일맥상통한다. 이는 보이는 끈으로 보이지 않는 끈을 그려내는 일이다. 끈은 작가에게 추상적 은유이자 동시에 물리적 수단이다. 레이스 끈에 먹물을 적신 뒤 한지에 찍어내어 꽃과 바위, 산의 굴곡을 따라간다. 끈이 구겨진 주름이 땅의 흐름을 읽고 그린다. 이 위에 색채를 입히고 꼬임을 강조하는 점을 찍어 끈으로 그린 산수를 완성한다. 끈을 제외한 여백을 잘라낸 형태 그대로 흰 벽에 걸면 산수를 품은 벽이 끝없는 하늘과 바다가 된다. 이처럼 자유로운 끈은 무엇이든 만들어내고, 주변을 어떤 풍경이든 변하게 한다. 마침내 끈의 유희가 시작되었다.
이윤정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자연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끈입니다. 여러 색상의 끈들이 얽히고설키어 꽃, 바위, 산 등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레이스 끈에 안료를 적셔 한지에 찍어낸 뒤 칼로 그 부분만을 잘라 완성된 것으로, 일반적인 수묵채색화와는 다른 느낌을 자아냅니다. 수묵의 농담과 번짐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넓은 벽 자체를 여백으로 활용하여 동양화의 미를 살려냅니다. 작가에게 있어 끈은 작품을 위한 수단이기 이전에 인간의 삶을 비유하는 개체입니다. 다양한 가닥들이 꼬인 채 공존해가는 모습이라거나, 굴곡을 그리며 계속하여 이어지는 게 인간관계 혹은 인생과 닮아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끈은 인간과 자연이 품고 있는 수 만년 세월의 증거인 주름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냅니다. 독특한 조형과 작품관을 담은 이윤정 작가의 작품과 함께 공간을 자연의 여백으로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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