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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은 작가는 관계에 관한 심상(心象)을, ‘녹은 캔디(melted candy)’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필연적으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만, 동시에 완벽하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에 서투름으로 인한 시행착오와 의도치 못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상처를 두려워하는 인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관계를 계산하고 가면을 써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외로움이라는 또 다른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느끼는 관계에 대한 아쉬움은 비단 작가 개인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이성적 방어기제와 자연스러운 이끌림에 따른 감성적 선택의 기로에서, 작가는 고민한다. 서로의 녹는점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가슴 한편의 아쉬운 의문은 화폭 위 쇠사슬 형태의 캔디와 다양한 색채로 이루어진 경계로 나타나 감상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얼핏 보면 쇠사슬 같은 모양의 캔디는 백지은 작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녹는점(melting point)'과 '틈'이라는 주제는 인간관계에서의 이중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은유합니다. 기하학적 형태로 나타낸 틀의 모습과 일련의 틀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틈. 그 위에 우연적으로 얽혀있는 캔디들은 끈적하게 녹아 나온 감정을 대변합니다. 작업 전체를 아울러 나타나는 이러한 추상적 이미지는 우리들이 살아가며 관계를 맺는 세상의 모습과 작게나마 닮아있어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너무 가깝게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게, 마치 사람은 난로처럼 너무 뜨겁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을 때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이상적인 관계를 추구하면서도, 인간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욕망, 허영, 괴리 등의 감정에 주목하며 감상하면 더욱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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