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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화 작가는 건축물, 그중에서도 “집”을 주제로 작업한다. 사실적인 묘사와는 거리를 둔 작가의 작품은 집이라는 사적 공간(private space)을 소재로 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심리를 이야기한다.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시각적 요소는 물감을 긁어내어 생긴 직선들과 비슷한 채도의 차가운 색채들이다. 공간의 경계를 의미하는 선들은 작품 전체를 점령하며 뻗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자유로운 이동은 공간성을 풍요롭게 하고 있으며, 작품에 역동성을 부여하여 관람객에게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긁기와 얹기, 선 긋기를 반복하여 완성되는 작업은 아크릴 물감과 모델링 페이스트의 장점을 여실히 살리고 있다. 차가운 색채는 사적 공간 내에서 교제가 이루어지는 경계 없는 사람과의 불편함을 의미한다. 정세화 작가의 작품은 사람 간의 정과 소통이 줄어든 현대사회에서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떠올리고 소중히 여기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가깝게만 생각했던 사람과 거리감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당연하게만 여겼던 관계가 왠지 씁쓸하게 느껴졌을 때도 있을 겁니다. 정세화 작가는 “사적 공간”을 공유하는 경계 없는 이들 간의 불편함과 차가움을 그려냅니다. 여기서 차가움을 시각화하는 소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집이라고 하면 누구나 정겹고 따스한 분위기를 연상하지만, 정세화 작가의 “집”은 차가운 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그 위에 물감을 긁어낸 선들이 즐비해 찔릴 것 같은 느낌을 주지요. 하지만 이런 무거운 주제 속에서도 자유롭게 떠다니는 선들로부터 넘치는 에너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관계의 차가움 속에서도 개선의 여지를 찾아볼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마음속 넘쳐나는 말들을 공유하고 소통을 시도한다면 차가움도 곧 녹아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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