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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작가의 ‘Time Slip’ 연작은 제목처럼 미래와 과거, 그리고 현재를 오가는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다. 미끄러지다는 뜻의 Slip을 붙여 개인이나 집단이 정의할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을 역행하는 초자연현상을 뜻하는데, 이는 캔버스를 가득 채운 다리를 통해 끝과 시작의 다른 세계가 서로 소통하는 모습에서 보인다. 검푸른 물감으로 섬세하게 그려진 다리 위에 떠있는 달은 닿을 수 없지만,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이상향’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어느 시간선에서나 발견되는 절대적인 존재를 의미한다. 또 다른 오브제인 비행기는 동적인 요소로 희망과 소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전통 회화 양식에서 벗어난 수직-수평-사선으로 가득 찬 작품을 통해 작가는 동시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수묵화 기법 중에서도 먹을 여러 번 반복하여 쌓아서 올리는 적묵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 기술이 공존하는 중의적인 세상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림의 전체적인 배경을 사진으로 찍거나 에스키스(Esquisse;완성할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그림, 소형 습작을 에스키스라고 부르기도 한다.)를 한 후, 원하는 구도에 프로그램으로 편집하여 픽셀화로 면을 나누는 과정을 거칩니다. 인화물을 다시금 수작업으로 캔버스에 옮기는 과정 자체가 제목처럼 시간여행과 맞닿아 있다면, 이지훈 작가님의 새로운 시도는 동양화와 서양화를 구분 짓는 장르의 이분화를 완전히 부수어 색다른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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