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and Round> 시리즈는 박화영 작가가 무의식 중에 그려내는 낙서에 반복해서 그려낸 원형에서 영감을 받아 출발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원은 작가의 무의식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었다고 해석해도 될 것이다. 특히나 비어있는 화폭 위에 무언가는 표현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작가에게는 그러한 무의식의 표시 하나 하나가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겨질 것임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무(無)'의 상태에서 마치 숨을 쉬는 것과 같은 본능적 행위의 결과였던 원은 화폭 위에 작업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고도의 집중력과 조절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표현 대상이 된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 작가로서 작업에 임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절실히 깨닫게 한다. 낙서를 표방하나 낙서를 하는 행위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에서 낙서와 작품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처럼, 박화영 작가의 작품은 미술 작품의 가치 판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낙서화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자유로운 감상과 기분을 선사하는 이 장르는 미술 작품의 기준점에 대해 다양한 쟁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박화영 작가의 <Round and Round> 시리즈도 작가가 무의식 중에 반복해서 그려낸 낙서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자신이 계속해서 그려내고 있는 원을 인식하며, 그러한 행위와 형태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것을 미적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욕심이 더해지면서 원형은 작품으로 다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해오던 낙서에서 작품으로 옮겨오면서 작가는 원을 그리는 것이 전에 비해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졌다 말합니다. 예쁘고 견고한 원을 만들기 위해 집중력과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게 된 시점부터 원형은 더 이상 무의식에서 튀어나온 형태라고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낙서와 낙서화의 차이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봅시다. 미술 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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