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숙 작가의 작업노트 첫 장에 쓰여있는 글귀가 인상적입니다. '그림은 눈에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파울 클레(Paul Klee)' 작가는 언젠가부터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기시켜봅니다. 눈으로 보이는 자연과 그 자연이 만들어내는 형형색색들은 우리들의 마음과도 같다는 말을 전합니다. 푸른 하늘에 펼쳐진 하늘색은 아이들에게는 무슨 색일까요? 혹은 남해 앞바다 먹구름 사이로 나타나는 짙은 청색 빛의 하늘색은 어떤 색일까요? 하늘색은 하나의 관념이지만 우리의 마음에 빗대어보면 각기 다른 색을 가졌을 것입니다. 모두에게 있을 그런 찰나의 순간들 속에서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저마다의 가슴속에서 반짝이고 있을 작은 빛을 생각합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작가는 놓치지 않고 화면에 담아냅니다.
풍경화인 것 같으면서도 마치 추상화인 것 같기도 한 작가의 그림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아름다운 색의 향연은 우리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그림 앞에 오래 머무르게 합니다. 풍경 속 하늘이 매우 인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구름 사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 줄기의 빛 같기도 하고 봉우리를 수줍게 드러낸 산의 형상 같기도 합니다. 아마 보는 이의 마음과 기분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겠지요. 실재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기에 우리에게는 그림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심상의 한계를 더욱 넓혀갈 수 있습니다. 고요하고 묵직한 울림을 주는 듯한 풍경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색의 향연 속에 빠져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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