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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을 틈 없이 쌓아올린 오래된 담벼락, 너머로 탁한 하늘이 비치는 철제난간을 타고 오르는 정돈되지 않은 넝쿨, 캔버스를 가득 채운 어둡고 짙은 ‘불안’의 형상화. 한지를 여러 겹 붙인 장지에 채색된 ‘어둠’을 작가는 불안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내면에 가지고 있는 불안이자, 결코 분리하거나 떼어낼 수 없는 것. 동양에서 사용해왔던 재료는 유독 애틋하고 각별하게 전달하는 것이 있다. 작품의 주제는 불안이지만,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불안을 똑바로 마주 봐야 한다는 정서이다. 탁한 색채와 섬세한 덩굴의 묘사는 외로움과 고독, 사무침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자체로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을 선사한다.
‘낯설게 보기’ 는 문학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기법이다. 일상화된 풍경이나, 친숙하여서 참신하지 못한 사물 또는 관념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기법은 ‘비틀어 보기’ 나 ‘새롭게 보기’ 등 여러 갈래로 또 나뉘게 되는데, 신소영 작가의 작품은 그 중 ‘불안하게 보기’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평생 나를 쫓아다니는 이 불안이라는 녀석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모두 제각각 다릅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우리는 불안으로부터 도망치려고 들기 때문에 불안과 공생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불안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부자연스러운 장식물 하나 없는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마른 덩굴과 같이, 철제난간을 뒤덮은 앙상한 이파리와 같이 날 것 그대로의 불안을 응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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