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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자 작가의 작품은 가로지르는 나뭇가지와 그 끝에 달린 잎사귀들, 잔가지 등이 여백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화면을 구성한다. 명암이나 디테일한 형태 묘사가 빠진 평면적인 형상들의 중첩은 농담의 차이로 인해 서로 섞이지 않고 마치 여러 겹의 레이어가 겹친듯한 형태로 드러난다. 투명한 배경 속에 붉은 그림자가 차곡차곡 겹친 듯 표현된 독특한 표현법은 동양의 수묵화에서 느낄 수 있는 농담 표현과 유사한 결을 가지면서도 허미자 작가만의 독자적인 작품 색으로 자리 잡아 낯설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느낌을 자아낸다. 화면 위에 표현된 나뭇가지 형상은 자연물이라는 대상에 으레 담기는 서정적 측면이 배제된 듯 보이며, 오히려 재현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구성을 위한 조형 언어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리저리 캔버스를 분할하는 굵고 가는 나뭇가지들의 선적인 요소와 집중된 잎사귀들이 만들어내는 면적인 요소, 그리고 여백 사이의 대비는 화면 위에서 시각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순수한 회화로서의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동양적인 매력이 물씬 넘치는 허미자 작가의 작품들은 마치 붉은 수묵화를 보는듯합니다. 작가는 명암이나 디테일한 묘사들은 배제해 대상의 평면적인 형상만을 남긴 대신, 이를 쌓아 올려 중첩하듯 표현함으로써 그 사이에 시각적인 거리감을 표현해고 화면에 깊이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허미자 작가는 꾸준히 자연의 극히 일부분, 말단에 가까운 화폭에 옮겨내지만, 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구구절절이 묘사하는 수필보다는 한마디 한 구절씩 상징과 은유를 던지는 시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자연의 모습을 옮겨낸 것이 아니라 작가의 회화가 자연 그 자체로써 흐름을 만들고 빛을 담아내는듯한 허미자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작가의 붓 끝이 어떤 삶과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는지 귀 기울여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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