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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작가는 허구의 공간에서 진실과 진실이 아닌 것의 구분을 어렵게 만드는 유희를 펼친다. 여러 공간의 사진을 콜라주하듯 모아서 재조합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 작품들은 그 소실점을 분명히 알 수 없기에 공간의 실제감을 느낄 수 없어 흥미롭다. 게다가 작품의 제목은 읽히는 듯 읽히지 않는 방식으로 쓰여 있어 혼란을 준다. 작가는 이러한 주제를 시뮬라시옹 개념을 참고해 구상했다 설명한다. 때로는 실체보다 더욱 진짜처럼 느껴지는 현상에 대한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이러한 개념은 현대인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철학 이론으로 꼽힌다. 작가 역시도 이 개념에서 출발해 실재하지 않는 공간 속에서 부유하는 듯한 사물을 그려내고 있다. 작품을 제작한 장지와 연필, 유화는 보편적으로 쓰이는 재료의 조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질적인 작품의 분위기를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처럼 허구의 공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분명치 않은 전개로 인해 이들이 갖는 존재의 이유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어쩌면 이와 같은 공간에서 각각의 것들이 지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무의미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러한 결론은 한편으로 새로운 시각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는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김현수 작가의 작품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지점이 많이 보입니다. 위와 아래, 앞과 뒤가 모호한 공간의 표현과 그 안을 부유하듯 떠다니거나 흐트러져있는 듯 배치된 물건들은 이 화면이 실제의 공간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것인지 모호하게 합니다. 작가는 작품 속 공간의 실체가 실제와 허구의 경계에서 구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현대 사회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개념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김현수 작가의 아이디어는 화면 속 공간의 실체를 파악하려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질문합니다. 이러한 질문은 작품을 현실 속 어떤 것의 복제 또는 재현된 것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작품 그 자체로 감상할 수 있게끔 만들어내기에 미술 감상의 폭을 확장시켜줄 것입니다. 다양한 상상력이 허용되기에 가능성이 무한한 작품들은 그래서 더욱 흥미로우며 기대를 불러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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