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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훈 작가는 오직 연필을 재료로 변화하는 세상을 그린다. 새로운 형식과 매체가 곧 예술적 성취가 되는 현대 미술의 경향 속에서, 연필은 원초적인 하나의 순수 물질이자 그리기 도구로서 아우라를 풍긴다. 김덕훈 작가는 연필로 사람과 자연물을 그려, 물질세계를 진동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3차원의 세상은 하나의 연필로 귀결될 수 있다. 종이 위의 한 개의 점으로 사건이 시작되면, 곧 방향성과 운동력을 가진 선으로 뻗어나가, 정지된 장면이나 변화되는 상황들을 재현하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낸다. 김덕훈 작가의 연필 수행에는, 그러한 '연필'에 대한 고찰과 원초적인 예술에 세상의 본질을 담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담담한 흑연의 회색 안에 등장하는 자연물과 인물들을 마주하며, 작가의 관점을 빌린 세상에 대한 명상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김덕훈 작가의 연필 회화는 드라마틱한 화려한 음영보다는 연필의 물성을 효율적이고 탁월하게 사용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동화 속 장면 같은 수양버들 시리즈와 동공을 삭제하여 특정 시선을 배제한 인물 시리즈에 이어, 어두운 방이나 짙은 안개 속에서 만난 듯한 꽃 그림은 제목과 함께 스토리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연필 회화의 특성상 외부 환경에 의해 작품이 지워지거나 뭉개질 수 있으므로 액자가 필수적으로 동반되는데, 흑연의 회색으로 가득 찬 김덕훈의 꽃 그림 앞에 선 감상자는, 흑연과 액자 유리로 인해 프레임 안에 명확하게 비치는 자신의 실루엣을 마주하며, "Can we talk" 이라는 제목의 꽃 그림을 감상하게 됩니다. 연필의 물성과 삶의 관계를 고찰하며 회화적 언어로 구현하는 김덕훈 작가의 작품을 통해, 흑연과 같이 깊이 있는 내면세계의 여행을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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