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edia
100x73cm (40호), 2013
* 작품에 따라 액자 처리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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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산수화는 얼핏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듯한 묘한 기시감을 자아낸다. 김보민 작가가 담아내는 도시-산수는 재료부터 작품의 소재까지 이항대립적 요소가 가득한 탓이다. 작가는 전통적 수묵 회화 기법과 라인 테이프를 사용해 선을 표현하는 현대식 기법을 동시에 사용하며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구성한다. 작품이 담아내고 있는 풍경 또한, 곡선과 직선, 자연물과 인공물, 유기와 무기, 과거와 현재, 흐르는 것과 정지된 것, 생명과 파괴 등 상반되는 개념들을 자연스럽게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작가의 작품들은 제작 시기 순으로 두고 보면 후기로 갈수록 작품 속 시선이 조금 더 여행자의 시점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행자의 시점이라 함은 이동이라는 행위를 통해 작가가 스스로를 현재와 단절시키고, 관점을 바꾸어 늘 보던 것도 새롭게 보며 순간의 장소나 풍경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야는 더 멀어지고, 넓어지고, 풍경과 그를 바라보는 이 사이의 그 간극에는 작가의 상념이 채워진다. 풍경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작가의 말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김보민 작가의 도시-산수는 사실 작가가 도시를 누비다 마주한 장소들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상념을 새긴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추천 이유
화면 속 풍경은 상호 대립적 요소를 서로 다른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산이나 나무 등 자연은 세필을 사용해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통해 세밀하게 그려지고,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현대의 산물들은 라인 테이프를 사용해 직선적인 요소가 강조되게 표현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묘하게 거리감이 있지만 꽤나 자연스러운 모양새로 하나의 산수화가 되어 우리 눈앞에 펼쳐집니다. 상대적으로 후기에 제작된 작품들을 보면 작가의 시점이 조금 더 멀어지거나 더 높아져 작품이 담아내는 풍경과 감상자 사이의 거리감이 더 드러나게 됩니다. 작가는 여행이라는 행위가 가지는 이동의 성격을 통해 자신을 현재로부터 떨어뜨리고, 보다 더 여유롭고 새로운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생각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을 가지는 듯합니다. 은은한 전통 수묵기법으로 그려낸 익숙하고도 낯선 풍경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경험적 이야기들과 감정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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