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나오는 빈 집을 종이집으로 오마주하였다. 빈 종이집이라는 소재가 지니는 가볍고 힘 없는 인상은 고독과 쓸쓸함, 그리고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은유한다. 이 종이는 짧은 시간 내에 물에 모두 젖어 그 형태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 위태로운 상황을 그리며 작가는 자신이 처한 모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삶의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작업은 흥미로운 지점을 지닌다.
물 위를 떠다니는 하얀 풍경과 집들은 어딘가 가볍고 위태로워 보입니다. 입으로 불면 날아가 버릴 듯한 풍경은 마치 연기로 만들어진 환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처럼 쉽게 사라져 버리는 순간, 죽음과 상실의 순간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삶의 의미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듯이,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의미는 더욱 간절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떠올리며 자연스러운 사색과 감정에 잠겨보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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