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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작가는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인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에 주목한다. 고인 것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언젠가는 사라지고 탁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오히려 고이는 일을 동경하는 현상을 꼬집는다. 늘 빠르게 변하고 유동적인 삶에서 아늑함을 누릴 만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그는 사람과 사회, 감정, 사상 등이 차곡차곡 쌓여 응집되는 순간을 캔버스 위에 담는다. 아크릴을 쌓고 건조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생긴 수많은 겹과 그 위에 올려져 투명한 광을 내는 화면은 ‘웅덩이’가 되어 다양한 색을 내뿜는다. 작가는 이로써 다시금 우리에게 잊고 있던 사실을 주지시킨다. 고인 물은 썩지만, 때때로 고이는 데에 인심이 묻어 나온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뭉쳐 웅덩이가 될 수록 우리가 안심할 수 있다는 걸 살며시 일깨워준다.
캔버스에 겹겹이 쌓인 물감과 반짝이는 광택이 신비로운 빛깔을 냅니다. 여러 번의 덧칠로 만들어진 두께감과 특별한 색감은 감상자의 시선을 잡아 끕니다. 김은지 작가는 복잡한 도시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고여 버린 물 웅덩이를 상상해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사람에게 ‘고이다’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김은지 작가는 인식을 뒤집어, 물방울이 모여 웅덩이를 이루는 과정의 유대감이 현대 사회에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여유와 인심처럼 다같이 동질감을 느끼며 잘해보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마음이 주는 평온함과 안정감은 요 근래 주목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 반짝이는 ‘고인 물’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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