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한 듯, 흔들림이 느껴지는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특정 장면을 응시하다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잔상들이 아른거린다. 문기전 작가는 이 순간에 영감을 얻어 빛의 잔상을 탐구하기 위한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는 기억이 떠오르고 지워지는 과정과 빛이 잔상으로 남는 원리를 접목 시켜 하나의 이미지로 가시화 시키고자 한다. 사람의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의 입자들은 수억 개의 뉴런과 시냅스로 이뤄진 신경회로를 거쳐 뇌로 전달되어 진다. 이 신호들의 움직임과 정보가 회로를 통해 운반 되는 모습이 드로잉 방식을 통해 시각화 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현재 이 순간에도 우리의 내부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 과정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하나의 예술로 표현된다. 꽃이나 숲과 같은 자연적 요소를 바탕으로 하며 그 위는 세밀한 선으로 가득 매워진다. 오일 파스텔로 그어진 선들이 모이고 흩어지며 화면은 점차 뿌옇게 변해간다. 이 흐릿함은 마치 빛이 환하게 비추는 듯 하여 눈이 부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화면에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게 되면 반복적이고 세심하게 그어진 터치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는 얽혀있는 나뭇가지들처럼 보이며, 한편으로는 인체의 신경회로를 연상시킵니다. 빛을 바라보다 눈을 감으면 검은 배경 속 아른거리는 형체들이 보입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기처럼 서서히 사라집니다. 빛이 남기는 잔상은 마치 기억이 떠오르고 삭제되면서 남는 흔적과 같아 몽환적이고 어쩐지 아련한 느낌이 듭니다. 유독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습니다. 눈을 감아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기억과 고민,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복잡한 감정들은 누르려 할 수록 더욱 선명해집니다. 이 순간, 한 켠에 있던 그림은 차분히 위로를 건네며 다독여줍니다. 작품이 건네는 따스한 안정감으로 편안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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