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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작가의 작품은 테이블 위에 여러 가지 물건들을 올려둔 모습을 그린 정물화의 성격을 띤다. ‘정물화(still life)’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생명이 없는 물건을 그린 회화를 말하며, 용어 자체는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하여 17세기 중반부터 사용되었다. 과거의 정물화의 소재는 해골이나 시계, 꽃, 보석 등이 주로 등장하며, 현생의 모든 것이 덧없다는 메시지의 ‘바니타스(vanitas)’나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의미로 그려졌다. 하지만 추후 프랑스의 화가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은 일상의 평범한 소재들을 정물화에 등장시켜 평범한 사물들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하였다. 최고은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샤르댕의 정물화를 떠올리게 한다. 화려하거나 심오한 의미가 있지는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들을 보면서 위안을 얻게 한다. 또한 작품의 차분한 색감은 감상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광택이 없는 구아슈(Gouache)의 재료적 특성은 은은한 미감과 함께 작품에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남들이 봤을 때 특별해 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에게는 각자 개인적으로 소중한 것들이 존재합니다. 어린아이일적 손에 쥐었던 애착 인형이나 담요, 학창 시절 친구들과 나누던 우정 반지,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의미 있을 인생 영화의 포스터, 잊지 못할 첫 여행지에서 사 온 기념품 등이 그럴 것입니다. 누군가에는 평범하기만 할 물건일지라도 이러한 것들은 과거와 현재의 나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때때로 존재만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은 작가의 작품은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소중한 것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나의 내면에 있는 기쁨을 주는 요소들, 나의 삶에 필요하다 여기는 요소들을 솔직하게 가상의 테이블 위에 늘어놓아보기로 했다.”라고 말합니다.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이러한 요소들을 마주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친 삶에 위로이자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작품을 감상하며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나의 내면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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