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제원 작가의 작업은 ‘향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전적으로 향수는 향기를 뜻하기도 하며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을 뜻하기도 한다. 작가는 유년시절 해외에 거주하며 잦은 이주를 경험했다. 그 때 본인에게 가장 큰 안정감을 주었던 것이 바로 무언가에 대한 향수였음을 설명한다. 정착하지 못함으로 인해 느꼈던 불안감은 이후 시간이 지나 그리움으로 승화되었다. 작가는 이 그리움에서 느껴지는 향을 각각의 고유한 형태로 표현하고자 한다. 따라서 작업은 그리운 감정과 그것을 향으로 표현함으로써 향수의 이중적인 의미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독특한 형태의 캔버스는 마치 향수를 뿌렸을 때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순간을 떠올리게 하며, 때로는 옛 기억을 추억할 때 머릿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잔상을 상징하는 듯 하기도 하다. 기억속에 남아있는 과거의 공간들을 현재로 불러와 그 기억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며 작업이 진행된다.
향수의 향은 특정한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는 후각기관과 뇌의 기억저장소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바라보면 행복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 아련함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과거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때의 감정 그 자체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나무의 모양을 다듬어 그 위를 칠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작품은 회화를 넘어 조소의 영역으로 나아갑니다. 타인의 감정에서 비롯된 작품이지만 어쩐지 그 감성은 낯설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리운 과거가 존재하기에 작가의 작품은 마치 나의 이야기 같습니다. 작품과 함께 그리운 순간들을 떠올려보며 그 때의 향기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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