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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전통의 현대화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며, 시대에 맞는 '재해석'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송근영 작가는 역사 속 문인미학인 서화에 오늘날의 감각을 더함으로, 부드럽고도 시적인 감상을 끌어낸다. 그의 미술적 실험인 '청사진(blue print)의 시아노타입(cyanotype)'은 현실 속 대상과 빛을 조작하여 청색으로 발색시키는 포토그램(Photogram) 방식을 의미하는데, 이 기법으로 작품은 특유의 서정성을 갖게 된다. 어둑한 밤 홀로 빛나는 달빛에 닿은 듯한 대나무의 표면은, 고상한 선비의 기운이 느껴진다. "나에게 대나무는 바람에 나부끼는 바람과 같다. 푸르게 곁을 지키다가도 달빛과 만나 흐느끼는 형상, 창호지에 스며든 대나무의 그림자는 삶을 사색하게 만든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대나무의 모습은 실은 사색의 장소이며, 자연과의 사적 조우인 것이다.
일상 가운데 지칠 때 우리는 자연을 찾곤 합니다. 혹은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 사색에 잠기곤 하죠. 송근영 작가는 이런 우리를 '푸른 바람'에 태워 사유적 공간, 자연의 안식처로 데려갑니다. 이렇게 작가는 감상자에게 자연과 대화하기를 은유적으로 권합니다. 작가만의 실험기법으로 표현된 독특한 푸르름은 마음을 정화시키고, 옛 문인들의 서화에서 비롯된 먹칠은 부드러운 음영을 입히며 실제로 바람이 나부끼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처럼 현대와 전통의 만남으로 빚어진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데요, 수많은 정보와 물질이 넘쳐흘러 숨만 쉬어도 가쁜 시대에 오로지 단색 배경과 대나무만이 그려진 작품을 마주하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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