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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후 작가는 ‘순간’이라는 소재가 주는 유한함과 일시성에 관심을 갖는다. 그의 작업은 어떠한 순간을 기억하고자 촬영했음에도 다시 꺼내 보지 않고 잊혀가는 사진들이 담겨있는 스마트폰의 갤러리를 뒤적거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모든 순간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수만 가지의 우연적 요소가 맞아떨어져 생긴 찰나의 산물이다. 작가는 그때의 내가, 그때의 시선으로, 그때의 그 장면을 바라보는 일은 다시는 일어날 수 없기에 모든 순간은 소중하다고 말한다. 그중 특히 주변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빛과 색, 모양을 보여주는 자연이 포함된 소재에서 큰 영감을 받는다. 그렇게 사진을 고르면서, 그 순간 바라보고 느꼈을 것들을 다시금 자세히 떠올리고, 이를 버스에 옮겨 담는다. 붓질을 쌓아 올릴수록 스쳐 지나갔던 순간은 물성을 갖고, 작가의 기억 속에 점차 커다랗게 자리 잡는다. 이것은 일상의 반짝임을 간직하기 위한 박지후 작가의 기억법이다.
어떤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선 카메라를 통해 촬영하고 인화 사진으로 남겨야 했던 시대를 지나,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너무나 편리하게 모든 순간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때보다 더 많은 순간을 기억하며 살아갈까요? 어쩌면 우리는, 심심할 때 책장 속에서 사진첩을 꺼내어 추억을 회상하던 그 시절보다 오늘날 더 많은 순간을 흘려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 갤러리 속에 남겨진 사진이 우리 기억 속에도 남아있다고 착각하면서 말이죠. 박지후 작가는 그렇게 지나쳐 버린 순간들을 다시 끄집어내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을 되새기며 캔버스에 붓 터치를 쌓아 올립니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더라도, 그 매일매일에는 전부 다른 순간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작가 본인의 일상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기록하여 공유해 준 작품을 감상하며 내가 기록해 두고 잊었던 순간이 있는지 떠올려보세요. 잊고 있던 소중한 기억 하나가 지루했던 일상에 환기가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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