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 작가는 그의 회화 작품을 “선과 면으로 이성과 감성을 조율하고,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말하는 작업"이라 여긴다. 작가에 따르면, 기하학적으로 화면을 분할하고 있는 ‘직선’을 통해 이성을 중시하는 인간 중심적 모더니즘을, 선과 선 사이를 다채롭게 채운 ‘색면’으로는 감성을 중시하여 다름을 포용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성격을 표현하였다. 이렇듯 ‘선’과 ‘면’, 혹은 ‘이성’과 ‘감성’ 간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그 안에 내포된 개념적 지향점이 다소 철학적인데 반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구상적 면모는 ‘사랑스러운 눈빛을 띈 소녀’ 라든가, ‘해바라기’, ‘오리’ 혹은 ‘부엉이’ 등과 같이 꽤나 친근한 모습을 지닌다. 각각의 이러한 요소들은 주로 작가의 일상 속에서 수집되어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기억과 이미지의 파편들이 작가 스스로의 명상에 의해 떠올라 구현된 것으로, 이로써 작가가 말하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다시금 느낄 수 있다.
밝은 색조와 친근한 개체들로 구성된 오설 작가의 그림은 한눈에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그림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시원스레 뻗은 ‘선’과 두터운 터치감으로 느껴지는 ‘면’의 조화 속에서 입체적 회화의 특징이 도드라지는데요. 이렇게 반대되는 두 성질의 것을 한 작품 안에 조화롭게 그려 냄으로써 작가는 ‘이성과 감성의 조율’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오설 작가의 작품 세계는 겨울이 있으면 여름이 있고, 불이 있으면 물이 있듯, 서로 대립된 음양의 것들이 한데 어울려 이루어진 우리의 삶을 닮아 있습니다. 회화 작품 활동 이외에도 시(詩)를 통해 그만의 영감을 풀어내는 작가는 ‘그림은 소리 없는 시, 시는 소리 있는 그림’이라 했던 당나라의 시인이자 화가, 왕유가 그러했듯이 작가가 들려주고픈 ‘삶’에 대한 시 한 편이 그림 속에 녹아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설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가 소리 없이 읊는 시 한 구절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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