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경 작가는 ‘나’라는 존재가 지닌 성질을 성찰하며 이를 모래알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작품에 투영한다. 작가는 열심히 쌓아 만든 모래성이 파도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을 관찰한다. 파도 한 번에 무너져 내리는 모래알들의 연약한 텍스쳐(texture)를 보며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정처 없이 떠밀려가고 떠밀려오는 상황 앞에 놓여 있는 유동적 성질이라는 점, 예측 불가능하면서도 지속적인 불안 앞에 놓인 존재라는 점. 이처럼 열심히 쌓아 올린 모래성일지라도 파도 한 번에 무너져 내리는 존재는 작가 본인의 모습과 무척 닮았다고 말한다. 불확실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통해, 그의 작품에서 벽화 기법과 수묵이 결합된 새로운 방식을 볼 수 있다. 모래 알갱이로 만들어진 바탕 위에 파도 소리의 이미지들을 얹고 쓸려 나가는 모습을 담으며, 작가는 당시 경험했던 자연에 대한 감각을 환기하고, 스스로를 성찰한다.
작품에서 모래 알갱이들의 텍스쳐가 잘 느껴지시나요? 모래 텍스쳐가 먹과 만나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파도결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나’라는 존재의 성질을 성찰하며 작업으로 보여주는데요, 파도에 모래성이 휩쓸리면서 남긴 흔적과 소리를 채집하여 당시 느낀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혹시 계획했던 길을 따라가다가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마주한 적이 있진 않나요? 그 변수들이 모이고 커지면 생각보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데요. 이렇듯 우리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언제 변수들을 마주할지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작가는 이러한 변수 앞의 ‘나’라는 존재는 우연히 마주했던 바닷가 앞 모래알갱이의 모습과 같다며 모래알들에 동질감을 느낍니다. 불어오면 불어오는 대로,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는 우리는 지속적인 불안 앞에 놓여있습니다. 유난히 지치고 힘든 날에, 이호경 작가님의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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