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에서 금속까지 다양한 재료 위의 그림들
일반적으로 그림을 상상하면 액자로 마무리된 캔버스의 형태를 가장 많이 떠올릴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캔버스는 “유화를 그릴 때 쓰는 천”으로 린넨이나 삼베 같은 억센 섬유로 균일하게 짜낸 직물에 아교, 아마인유, 산화 아연 등의 각종 재료를 발라 처리한 것입니다. 처음 캔버스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견고한 내구성과 방수성 탓에 밧줄과 매듭, 돛, 천막 등의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15세기에 이르러서는 ‘유화(oil painting)’라는 새로운 재료와 기법이 개발되면서 가장 대표적인 미술재료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캔버스 외에도 화가들은 ‘삼(hemp)’, ‘린넨(linen)’, 합성섬유 등 다양한 직물에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직물은 직조되는 방법과 재료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지닌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때문에 그 위에 그려진 그림들 역시 바탕 천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을 자아냅니다. 이러한 특성 탓에 직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화가들에게 사랑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직물에는 차이가 있는데요. 서양에서는 캔버스 천을 가장 선호했다면, 동양에서는 비단을 진귀하게 여겨 그 위에 그려진 그림에 가장 높은 가치를 매기곤 했습니다.
패널이란 그림을 그리는 나무 혹은 금속을 판자 형태로 만든 것으로, 이 중 나무로 만들어진 패널은 서양에서 캔버스가 발명되기 전까지 꾸준히 사랑받던 미술 재료입니다. 물감을 두껍게 바르면 캔버스에 그려진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물감을 옅게 바르면 나무의 자연스러운 표면이 드러나면서 특유의 무늬와 따뜻한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금속성 물질로 제작된 패널은 나무 패널에 비해, 표면이 매끄러우며 동시에 차가운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종이가 발명됨에 따라, 인류는 종이 위에도 다양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서양에서는 동물의 가죽을 말려서 제작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으나, 종이 보다는 캔버스나 패널 형태의 그림들이 더욱 성행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대부분의 그림들이 종이(한지/화선지 등)에 그려졌는데요. 그 중에서도 순지와 장지가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종이는 모두 한지의 한 종류이지만, 순지보다 장지가 훨씬 두껍고 견고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때문에 순지는 주로 수묵화나 수묵담채화에, 장지는 진채화에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현대미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존의 재료를 벗어나 보다 다양한 재료 위에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가 이어져왔습니다. 특히 이전에는 사용이 어려웠던 재료들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미술 재료로써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작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재료의 종류도 훨씬 다양해졌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최근에는 유리판, 거울 등 신소재를 활용한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