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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

Gallery JJ   I   서울
예로부터 푸른색은 하늘의 색, 무한대의 의미로 종종 정신적인 것과 연관되는 등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수많은 이야기와 문화적 함의를 지니며 예술작품에서 각기 다른 상징적 의미를 담아 왔다. 갤러리JJ에서는 다양한 조형 의식으로 작품에서 발현되는 ‘블루Blue’를 중심으로 동시대적 예술 어휘를 조망하는 전시를 마련한다. 이번 전시는 블루에 관한 거시 담론이기보다, 초대된 3인의 작가들 각자가 사유해온 세계를 ‘블루’라는 공동의 단서를 통해 열어보고 또한 재해석해보는 자리로 의미될 것이다. 더불어 색채의 공명을 통한 아름다움과 함께 현상 너머를 바라보고 감각하는 장이 되고자 한다.

전시의 제목 <푸른 꽃>은 17세기말 독일 낭만주의 문학가인 노발리스Novalis의 소설 제목에서 가져왔다. 여기서 ‘푸른 꽃’이란 낭만적 그리움인 동시에 스스로의 마음과 정서를 통한 세계 인식의 상징이다.
유럽에서 한때 우울과 가난, 혹은 부정적 의미로 쓰였던 푸른색은 중세를 지나면서 교회나 미술작품에서 성모 마리아의 옷이 푸른색으로 표현되거나 천상을 의미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귀족들의 권력과 높은 지위,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고귀한 색이었음은 당시의 수많은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또한 푸른색은 <색채론>을 쓰기도 했던 괴테의 작품 속 베르테르의 푸른색 의상과 함께 우수와 감수성, 이상적인 존재의 의미를 담아 당대의 인기를 누리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색이 되기도 했다.
고결한 사상을 담아내는데 사용했던 당시의 블루는 사실 재료 면에서도 어떤 색보다도 구하기 힘든 고가의 안료였다. 중세에 푸른색인 울트라마린은 청금석에서 추출한 만큼 보석의 가치와 맞먹었고 뒤이은 코발트블루 또한 천연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색이었다. 오늘날 안료의 기술적 진보와 다양해진 매체로 인해 그 표현과 의미가 확장되고 풍부해졌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가까이 현대미술에서 블루는 가장 추상적 색채로서 시대와 맥락을 함께 해왔다. 블루는 칸딘스키에게는 무한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정신적 매개였고 이브 클라인에게는 어떠한 재현적인 것과도 관계없이 가장 순수하고 비물질적인 공간을 드러내기 좋은 색이었으며, 한편 김환기에게는 그리움의 정서로 접근되기도 하였다.
독일의 현대미술가 고트하르트 그라우프너는 “색의 미묘한 차이가 모든 것을 바꾼다.”고 하였다. 다양한 블루의 스펙트럼을 보여줄 이번 전시에서 푸른색은 김택상에게는 자연의 빛이며, 허유진은 대리 자아의 표상으로, 그리고 최승윤에게는 세상의 근본 색이자 양면성의 색채로 나타난다.

김택상의 작품 중 <푸른 바람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다. 푸르스름하고 부드러운 화면에는 농담이 다른 곱고 푸른 색조의 층들이 미묘한 차이로 섬세하게 겹쳐져 있다. 분명 캔버스라는 2차원의 지지대를 감안하더라도 안으로 자꾸만 이어지는 투명한 공간들은 물질성이 사라진 듯 부유하는 어른거림으로 가득 차 있어 감각적이고 명상적인 회화를 구현한다. 명확히 보이지 않으나 느낄 수 있는 수많은 푸른 빛의 결이다.
작가는 ‘블루는 ‘淡(맑을 담)’이라고 느낀다. 사실 푸른색은 그의 작업의 시초를 이룬다. ‘숨 빛 Breath Hue’으로 일컫는 김택상의 작업은 맑고 깊은 ‘물 빛’에서 비롯된다. 어릴 적 개울가의 조약돌, 혹은 맑은 물 빛을 만나 마음으로 매료되던 그 순간들은 불현듯 드러나는 세계와의 마주침이었고, 말할 수 없으나 느낄 수 있는, 충만한 아름다움에 관한 탐구의 시작이었다.
현대 철학자 들뢰즈에 의하면, 빛은 시간이고 색은 공간이다. 색으로써 자연이 빚어낸 빛의 질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작가는 작업에 시간이라는 요소를 가져온다. 틀에 눕혀진 캔버스(물이 스밀 수 있는 천) 위로 아주 약간의 안료를 탄 말간 물을 부어 둔 상태로 며칠간 안료의 침전을 기다린 후 꺼내서 걸어두고 말리는데, 자연스럽게 물과 안료가 캔버스 천에 스며들기를 기다리는 이 과정은 수십 번 반복된다. 이러한 작업 태도는 수행이자 명상의 시간으로, 우연의 요소를 더하는 순간마다의 분위기는 곧 작품의 내용이 된다.
반복은 차이를 만든다. 결국 작업실에서의 환경 즉 빛과 바람, 중력, 공기라는 자연의 요소가 시간 차를 두고서 고스란히 화폭에 담기면서 얇은 층들,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균열과 틈들이 만들어진다. 캔버스 천 위에 안료가 얹혀진 것이 아닌, 천과 안료가 하나가 되어 투과됨으로써 생기는 이러한 사이 공간들로 인해, 통과하는 빛이 굴절하면서 내부로부터 율동과 운동감이 형성된다. 통상적인 물체의 표면 색이 아닌, 색 이전의 살아 숨쉬는 빛 자체가 회화 내부에서 번져 나오는 것을 느끼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그의 예술적 성취는 이미 국내외적으로 탄탄하게 인정받고 있다.
“숨 쉬는 듯 생기를 머금은 빛깔”을 향한 그의 작업 매체는 결국 살아있는 자연, 그리고 그 자연과 조우하는 인간이다. 생명력이 깃든 아름다움. 김택상 작품에서 우리가 감각하는 빛깔은 근원적으로 비물질적이며, 시간의 흔적이자 푸른 바람과 머물던 빛, 물 빛의 맑고 깊은 환영일 것이다.

전시 정보

작가 최승윤 외 2명
장소 Gallery JJ
기간 2017-04-07 ~ 2017-05-28
시간 11:00 ~ 19:00
화~금 11:00~19:00
토, 일, 공휴일 12:00~18:00
휴관 - 월요일
관람료 무료
주최 갤러리 JJ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322-3979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Gallery JJ  I  02-322-3979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 745 (논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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