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 '가라리네히어라'는 대만의 '웨일리 아트'와의 교류전으로 대만작가 2인과 한국 작가 3인의 그룹전이다. 고려시대 설화인 '처용가'에서 처용이 아내의 다리와 함께 놓여 있는 다른 두 다리를 발견하고 보이는 인정과 체념 섞인 태도는‘해학적’이라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을 만큼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쉽게 이해 가는 반응은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사실 우리가 그 자신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의 마음과 생각이 어떠한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상황을 대면하는 ‘나’는 오롯이 혼자이다. 나의 경험, 나의 감정, 나의 인식, 나의 판단, 나의 기억, 나의 정체성은 분명 나만의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나조차 인식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층이 존재한다. 또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내일의 나가 다를 수 있다. 이를 앎에 불구하고 반대로 내가 상대를 바라볼 때는 고정된 틀로 예단하곤 한다. 그만큼 나와 타자를 이해하기란 어렵고 복잡하다. 어쩌면 처용이 발견한 네 개의 다리는 나와 너의 가늠할 수 없는 관계, 숨겨진 기억의 층위이자 역설적인 상징이 아닐까? '가라리네히어라'전은 이러한 질문들을 자신으로부터 기인한 상황과 겅험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작가가 이야기하는 감각적, 공간적, 시간적인 네러티브의 수많은 ‘겹’은 옳고 그름이나 같고 다름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향한 사유와 답은 결국 관람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