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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한 반짝거림

공간 시은   I   전북
매끈한 그림의 표면 위로 사물들의 색감이 화려하다. 장난감,큐빅,사탕,젤리,알약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들이다. 산뜻한 색과 동글동글한 모양이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화면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면 왠지 말캉하고 푹신할 것만 같다. 흩어진 듯 모여 있는 사물들이 그려진 작품들의 제목은 <Charmix>다. 영어로 매력이나 마력을 뜻하는 charm과 혼합을 뜻하는 mix의 합성어. 작품 속 사물은 작가 여준환이 개인적인 취향에서 모은 것들이다. "화려한 색감, 매끄러운 표면, 빛나는 것, 소비되기 위해 공장에서 생산된 것, 크기가 작은것, 달콤하면서 가벼운 일상적인 것 등"으로 나열되는 사물들이 혼합되어 화면을 채운다. 뿐만 아니라 이 사물들을 조합해서 그리스로마신화같은 서사적 장면을 연출하거나 옻칠과 같은 전통적 재료를 통한 조형적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여준환의 화화에서 수집한 사물들을 배치하고 화면에 구성하여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작업 방식은 전통적인 정물화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화면에서 사물들은 위계가 생략된 채로 동일하게 재현된다. 장난감이나 알록달록한 사탕과 마쉬멜로우, 반짝이는 큐빅 등은 색감과 크기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화면에서 서로 동일한 오브제로 제시된다. 그래서인지 대량생산된 일상의 소재들을 확대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작가의 방식에서 극사실주의회화나 팝아트 경향의 작가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실 팝아트는 '예술 표현의 전통적인 위계질서에 도전'하면서 등장했지만, 그 표피적 형식만을 차용하는 작가들에게는 그림 속 대상들, 예를들어 만화나 동물캐릭터, 혹은 차용한 이미지들이 상징하는 1차원적 의미가 가장 중요하다. 작품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때 여준환의 회화도 이러한 경향과 비슷한 듯 보이나 작품이 강조하는 것은 화면에 모인 각 사물들의 의미가 아니라 작가의 수집 조건을 만족시키는 키치스럽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외형과 이들을 조합한 형상이미지 그 자체의 의미다. 알다시피 현대소비사회의 끝없는 소유욕을 상징하는 대량생산물의 사실적 재현은 감상자들의 시각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비평적 논리를 생산해 왔다. 이 방식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새삼 다시 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앞서말했듯, 화면 속 사물들은 대량생산과 복제의 상징으로서가 아닌 화면을 구성하는 수집물로서 더 강조된다. 따라서 우리는 오래된 비평논리의 반복 외에도 여준환의 그림에서 무언가 더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비속하면서도 매혹적인 외형을 수집하고 재현한 작가의 의도와 그 의미들에 대해서 말이다.(중략)화면 위 사물들은 그 용도나 가치와 무관하게 매끈하게 처리된 캔버스 위에서 그 물성이 강조된다. 사실 사진의 프로세스를 기반으로하는 극사실회화가 그러하듯 매끈한 화면위에서 대상은 사실적 묘사가 극으로 갈수록 그 차가운 객관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반대로 여준환은 매끈한 회화의 표면처럼 반짝이는큐빅,장난감이나 사탕들을 늘어놓음으로써 대상의 묘사가 사실적일수록 오히려 감성적이고 환상적인 말랑한 장면을 재현한다. 얄궂고 화려한 상상의 세계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묘사의 입장을 취할수록 더욱 비현실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 장면들은 귀엽고 앙증맞은 동화의 세계이자 영원불멸한 신화의 세계, 동시에 작가의 취향에 완벽하게 구성된 세계가 된다. 그러나 일시적으로나마 시각적 즐거움의 이상적 세계를 만들었던 수집의 재현은 이내 비현실적 세계로부터 오는 허무함을 제공한다. 어쩌면 그것은 화면을 채운 사물들의 속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품은 잠시 표면적인 이데아를 만들어낸 듯 보이지만 표면위로 수집된 사물들의 조합은 절대 달콤할 리 없는 형형색색의 알약,반짝이고 있으나 조악한 인조 보석,달콤하지만 자극적일 뿐인 사탕과 젤리들그리고 그저 대량생산된 장난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필요성과 유용성보다는 시각적 충동에 의해 모으게 되는 사물들. 낮은 물질적 가치의 사물들이 만든 가장 높은 표면적 가치의 세계가 화면 위에 만들어졌다.(중략)이제 이를 염두하고 다시 작품 표면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어떤 세계가 빛나고 있는가.

전시 정보

작가 여준환
장소 공간 시은
기간 2017-05-03 ~ 2017-06-11
시간 11:00 ~ 23:00
관람료 무료
주최 공간 시은
문의 063-282-1153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공간 시은  I  063-282-1153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한절길 32-30 (효자동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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