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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뇨339   I   서울

전시 정보

작가 이겨레
장소 수애뇨339
기간 2017-06-29 ~ 2017-07-21
시간 11:00 ~ 19:00
*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서구에서 회화를 뜻하는 페인팅(painting)의 원뜻은 ‘색을 칠하다’이다. 회화에서 작가는 캔버스 바탕 위에 물리적으로 물감을 칠하고 색의 구분을 통해 그림을 그려나간다. 그러나 감상자는 종종 구체화된 대상의 모습을 물감의 덩어리가 아닌 생동하며 움직이는 인물, 혹은 영원히 멈춰진 시간 속에 박제된 생물 등으로 인식한다. 이 간극에서 작가에게는 어떻게 하면 더 화려한 눈속임 속에 오래도록 관객을 머물게 할지, 혹은 이 거짓된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폭로할 것인지의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이겨레 작가는 전자와 후자 두 개념 사이를 오가는 페인팅을 보여준다. 평범한 옷차림에 얼핏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보이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는 그의 페인팅 작업은 그러나 일반적인 인물화로 보기엔 무언가 심상치가 않다. 흐릿한 환영같이 순간의 붓질로 가볍게 표현된 인물들, 게다가 묽게 갠 안료의 흘러내림이 제법 잘 그려진 인물의 형태를 순간 무너트리며 인물로 인식하고자 하는 관람자의 습관적 시각을 깨트린다. 또한 인물들은 물감이 발라진 면과 발라지지 않은 면, 그 다른 공간의 차이를 이용해 ‘걸레질’을 하는 등 은유적으로 캔버스 위의 공간과 우리네 실제 공간을 넘나든다. 사실 그리는 대상을 물리적으로 지각하는 것에 대한 관심은 작가의 선천적 시각장애에서 비롯되었다. 장애로 인해, 작가에게 주변 사람들은 눈, 코, 입의 명확한 특징을 지닌 친근한 존재라기보다 언제나 흐릿한 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덩어리 정도로 보여진다. 그가 환영 같은 대상을 정확히 보고, 알기 위해 다른 감각을 동원해야 하는 동안 사람을 물리적으로 지각하는 것은 그에게 필연적 탐구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작가의 회화 작품에 있어 인물은 우리가 무엇을 본다는 행위를 일깨우기 위한 소재, 즉 안료의 입자로부터 기인한 시각적 환영의 연약성을 드러내는 물리적 장치이다. 한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캔버스 위 환영의 공간을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면(ground)’ 과 동일시하며, 인물뿐 아니라 그들이 놓인 상황과 배경으로 이야기의 폭을 확장해 나간다. 작품에서 안료의 묽기를 세심히 조절하며 캔버스 위를 칠해나가는 작가의 작업방식만큼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한 일상의 조각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일례로 그의 작품 〈몇 명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에서 관객은 올라가 있는 것이 인물들일까, 가벼운 캔버스의 조각들일까? 헌데 시퍼런 화면 위를 그들은 왜 오르고 있는 것일까? 와 같은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주어진 지면의 한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어느 날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한들, 그 상황이 왜 나에게 주어진 것인지, 전체 맥락을 다 알 수도 없다. 지면에 발을 딛고서 그 눈높이만큼만 세상을 바라보는 개개인에게, 사회란 그 진짜 모습을 도무지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가 표현하는 ‘ground’ 속 갇혀 움직이고 있는 인물들은 개인들이자 동시에 사회적 군상으로 다가온다. (글_김미라)
주최 수애뇨339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379-2970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수애뇨339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길 339 (평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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