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판화와 드로잉이 중심인 전시이다. 전시의 주제는 크게 2015년 이후의 연작인 <움직이는 집>과 이우환의 작품을 패러디한 <돈으로부터>연작의 두 가지로 구성된다. <움직이는 집>연작에서는 움직이는 대상인 말과 정주적인 의미가 강한 집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결합이 주된 형상으로 사용된다. 말 위에 얹혀진 집은 매우 다양한 시공간의 집이 혼재된 형태로 재건축이 반복되는 집의 불안정성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나는 더 나은 공간을 갈구하면서 끊임없이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욕망과 삶의 양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드로잉들은 동일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주로 색연필을 사용하고 공간의 여백을 남김으로 해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볍고 경쾌한 느낌으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또한 흑색과 청색의 단색을 사용한 판화는 집과 말이 하나가 된 느낌이면서도 농담의 효과를 통해 흔적과 같은 역설적인 존재감을 전달한다. <돈으로부터>연작은 예술 작품을 돈의 관점으로 다루고 거래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부정적 측면을 풍자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닌다.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한 것은 위작논란과정에서의 작가의 행태를 목격한 것과 관련이 있다. 작품=돈의 공식이 성립될 때 작가마저 그 공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씁쓸함이 그것이다. 글자 그대로 ‘돈’이라는 글자와 화폐의 단위인 달러와 엔화를 새긴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제작하였다. 원작에서는 순수한 회화의 시작이자 작가와의 관계성을 나타내는 ‘점’이 <돈으로부터>에서는 환금대상을 이루는 단위로 치환된다. <돈으로부터>연작을 통해 나는 미술작품과 시장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