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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감각 Some Sense of Order

산수문화   I   서울
문영민은 유교 문화의 유산인 제사의 한 부분으로서 절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그려왔다. 그러나 오히려 제사라는 특정한 문화적 맥락을 배제함으로써 불특정한 상황에서 무릎 꿇은 남자의 이미지가 제시할 수 있는 더욱 넓은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그는 그림에서 불필요한 것을 모두 없애고, 그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만을 남겨두었다. 무릎을 꿇거나 절하는 남자의 모습, 절제된 색감, 반복이 그것이다. 이번 산수문화에서 전시하는 <관계의 감각> 연작은, 타고 남은 재의 색이자, 흥분된 느낌과 감정을 가라앉힘을 나타내는 미묘한 회색조로 구축된 그림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수채화 <무무명無無明> 역시 회색조인데, 해인사에 있는 반야심경의 탁본을 확대해 그린 것이다. ‘밝음이 없음이 없다,’ ‘무지라고 할 것도 없다’로 풀이되는 ‘무무명’ 연작은, 온갖 번뇌에 허우적거리는 작가가 몽매함과 업식과 어리석다고 할 것도 없다는 공空의 세계란 대체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그린 것이다.
작가는 ‘나에게 회색이란 드라마와 폭력성에 대한 일종의 방어수단 내지 해결책이다.’라고 말한다. <관계의 감각>과 <무무명>연작은 폭력과 상실과 잘못된 죽음에 대한 작가의 묵상이며, 그를 통해 왜 수많은 난폭한 죽음들은 애도되지 못하는가 묻지만, 그는 결코 자신의 그림들이 그러한 죽음들에 대한 애도라고 부를 수 없다 한다. 그것은 그저 목도할 수밖에 없는 그의, 그리고 우리의 경험을 시각언어로 번역함으로써 트라우마를 풀어나가는 한 방편으로 볼 수 있다. 비록 그러한 묵상을 그저 겸허한 이미지와 불가의 글씨를 천천히 따라 그리는 수행으로 보여주지만, 작가는 개인적 또는 집단적 트라우마는 물론, 깨달음을 통한 알기의 어려움 또는 불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전시 정보

작가 문영민
장소 산수문화 대성빌딩 1층
기간 2017-07-28 ~ 2017-08-19
시간 13:00 ~ 19:00
관람료 무료
휴관: 월요일
주최 산수문화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위치 정보

산수문화
서울특별시 관악구 조원로 154 (신림동, 대성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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