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간이 사물을 비롯한 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은 그 무엇보다도 ‘소비’에 치중되어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물을 고르고, 사고, 버린다. ‘고르고, 사기’는 특별히 조명 받는 활동이다. 마케팅은 최첨단의 과학기술, 그리고 최첨단의 심리학, 인류학적 성과로 무장을 하고 사물을 ‘고르고 사’라고 유혹한다. 이제 사물을 구매한다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친 환경성, 윤리성, 창조성과 같은 가치를 선택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에 비해 ‘버리기’는 주목 받지 못하는 활동이다. 달변이던 마케팅마저도, 우리가 사용한 사물이 버려진 후 어디로 가고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선 말이 없다.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개개인은 자신의 일상에서 가장 가깝게 만지고 사용한 사물조차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로 가는지 파악하지 못한다. After Behind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의 뒷이야기, 조명이 꺼진 후의 일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이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내가 마주쳤던 사물과 나의 거취를 가늠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