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종 작가는 작업 의도나 개념을 주변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자유롭고 조화롭게 표현한다. 작가에 의해 소환된 이미지들은 중첩된 시공간 속에서 유기적인 형태와 화려한 색채를 통해 자유로운 형상으로 구현된다. 작가는 직관적인 회화의 속성상 그 과정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stop motion animation)으로 기록하기도 한다. 페인팅 애니메이션은 때로는 작가의 표현행위와 애니메이션을 위해 회화를 창작하게 되는 역순환 구조가 되기도 하면서 작가의 의도나 개념의 통제에서 벗어나 주객이 전도되는 관계로 존재하게 된다. 작가의 주요 표현 기법은 전형적인 평면회화이지만 회화와 설치, 회화와 영상, 회화와 영상 설치 등 한 가지 매체로 규정할 수 없는 실험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어린 시절 공상과학소설을 즐겨 읽던 작가는 밤이 되면 유리창에 비친 형형색색의 빛을 통해 무한한 우주 공간을 떠올리곤 했다. 이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된 “모양과 현상의 기억”(2017) 에서는 실제의 위치가 아닌 곳에서 발광하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투과하는 현상을 이미지적 사유로 연결하고 있다. “구름 사냥꾼”(2017)은 지난 여름 중국 리장에서 느낀 이국적인 자연 풍경과 구름의 이동에 대한 경외감을 영상 다큐메터리로 기록한 작품으로 작가의 나레이션을 통해 시청각적 표현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하늘의 씨앗”(2017) 또한 리장에서 그린 회화와 영상 설치작품이다. 작가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하늘, 그 너머에 있는 무한을 향해 열려 있다. 경계가 없는 작가의 상상력은 현실의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과거와 미래, 현재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박경종의 작품세계는 익숙한 공간에서 나와 낯선 공간에서 잠시 머물다가 또 다른 시공간의 세계로 떠나는 나그네의 여정을 따른다. 작가는 오늘도 여전히 미미한 시각적 관점과 환경의 차이로 생기는 신기루 현상처럼 새로운 세계를 찾아 항해하는 고독한 표류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