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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 빛-관계의 시작

블루메미술관   I   경기
‘미술관 경험(Museum Experience)’을 주제화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으로 블루메미술관은 작년 한해 많은 새로운 관객들과 만나며 미술관의 존재의미를 탐색해왔다. 일상 삶의 여러 경험들과 구분되는 또는 연결되는 ‘미술관 경험’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가며 올해 블루메미술관은 ‘관계성’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한다. 미술관이라는 시공간안에서 새로이 형성되는, 환기되는, 또는 기억되는 여러 형태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시화하는 것이다.

그 첫번째로 중견작가 이은숙의 <실과 빛-관계의 시작>전은 관계의 거리와 크기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가 십여년간 천착해온 작업의 주제는 가족과 남북관계이다. 하나는 작고 다른 한가지는 크다. 가족은 거리로 보자면 나에게 가장 가까운 것이고 국가는 삶의 단위로 보자면 추상적이라 할만큼 먼 관계이다. 그러나 이은숙 작가에게 이 둘은 거의 같은 거리에 있고 같은 크기를 지닌다.

그녀의 가족은 이산가족이다. 한국전쟁시 월남한 작가의 아버지는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이었고 생전에 북에 남겨진 자녀들을 만나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작가에게 남과 북이라는 분단국가의 관계는 곧 아픔이 있는 가족사로 이어지는 거시적인 동시에 미시적이고, 역사인 동시에 현재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다. 지금도 전쟁으로 인해 난민이 되어 흩어져 고통받고 있는 가족들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그는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앞에 한국 이산가족 5천명의 이름이 적힌 분단의 벽을 세우기도 하고, 베를린의 남북대사관을 실로 잇는 퍼포먼스 등을 통해 분단상태에 있는 국가 그리고 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하고자 했다. 그에게 관계란 가장 작고 가까운 것이다가 동시에 한없이 커지고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멀어지기도 하는 너비와 길이를 지닌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다시 가족이라는 주제를 풀어낸다. 가장 작은 단위의 인간관계안에 너무도 다양한 이야기들과 희로애락의 감정들이 담겨있는 것을 그는 형광실을 풀어내 만든 투명상자들에 담았다. 그 시작과 끝을 알수 있을 듯 한올로 풀려있거나 또는 복잡하게 층층이 얽혀있는 실들은 맺거나 풀어야 할 관계의 여러 양태들을, 그리고 블랙라이트에 반응하는 그 형광빛들은 바쁜 일상의 삶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관계맺기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이 전시를 위해 그는 지역 청소년들과 사전워크숍을 진행하며 누가 무엇이 그들을 힘들고 어렵게 만드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이 남긴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그에게 작품은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을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되는 사람 사이의 작은 이야기, 한 올 실같이 사소하고 가는 빛처럼 약해보이는 그 대화의 시작점에서 관계의 집이 지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집을 짓기 위한 시간과 공간을 펼쳐놓은 곳이 미술관 공간이고 이 안에서 작가는 대화의 실을 잣고 이야기와 관계의 방을 만들어나간다.

전시 정보

작가 이은숙
장소 블루메미술관
기간 2016-03-12 ~ 2016-06-19
시간 11:00 ~ 18:00
휴관 - 월요일, 1월1일, 설날, 추석 당일
관람료 3,000원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31-944-6324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블루메미술관  I  031-944-6324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9-30 블루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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