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재의 자연이나 사물의 구체적인 재현에서 벗어나 주관적인 관념을 연출하는 추상에 집중하고 있다.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형상과 색감을 감성의 통로를 거쳐 화면위에 복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감성의 통로를 지나면서 색과 면이 조합되고 그 위에 다양한 색채를 실어서 추상적인 조형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때 화면을 색채로 분배하여 강렬한 원색의 조합으로 구성하는가 하면, 때로는 색과 색의 융합으로 부드러운 색채를 연출하여 그 경계가 허물어진 구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한 다양한 질료를 혼합하여 요철효과를 내고 촉감적 이미지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는 보는 이들 내부의 원초적인 감정을 이 화면의 메시지와 공명을 이루게 함으로서, 관람자의 감상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여 화가의 작품세계로 초대하고자 하는 나름의 시도이다. 작가도 관람자도 삶의 무대에서 사랑, 고마움, 슬픔, 고독과 같은 다층적 감정이 촘촘히 얽혀 있는 인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삶의 심층을 겹겹이 쌓은 사각면의 층과 그 위에 두터운 색채를 입혀서 현상화하고, 이 화면 속에서 작가와 관람자간의 울림을 통하여 우리가 삶에서 느끼곤 하는 희열, 애잔함, 절절함 등의 감정과 소중한 순간들을 끌어내려한다. 추상화는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구성과 형태로 그려내지만 내면적으로는 심오하고 혁명적 감정의 서사로서 보는 이들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