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들은 찬란한 추억, 잊지 못할 기억의 순간들로 시작된다. 작품은 강렬한 색체로 시선을 압도하지만, 이러한 원색의 향연은 곧 작품이 이미지 오버랩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징적 구조는 인간이 더 많이 보기 위해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지난날을 아로새기는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억의 오버랩을 통해 가장 자신에게 찬란했던 시간, 잊지 못할 순간을 되새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림 속 구상물들은 겹칠수록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그리다」라는 말은 「그리워하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듯이, 겹쳐 그린다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욕망, 영원할 것 같은 찰나의 순간을 그림으로 담아낸다. 사람은 다른 장소에서 무엇을 기억해 내듯, 나의 작품은 같은 공간속에 있지만 다른 추억을 지닌 사람들, 다른 추억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것을 보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래서 나의 그림은 수많은 각자의 기억 속에 하나의 프레임으로 머무르지 않는 인상이다. 이번 전시에는 특히 다른 공간들의 오버랩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많다. 스톡홀름 속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듯한 경복궁이나 안압지에 배경에 오버랩 된 코타키나발루.. 에펠탑과 경복궁... 다른 나라에 살면서 나는 한국이 너무나 그리웠다. 어느 곳에 있던 나는 한국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이렇 듯 사람은 자신에게 익숙한 장소를 기억해 내곤 한다, 존재는 부재를 통해 더욱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법이다. 풍경들을 익숙하거나 유사한 장소의 이미지, 또는 어울릴법한 느낌의 오버랩을 추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함께 공존하는 느낌의 작가만의 유토피아를 만들어낸다.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 기괴한 장소는 장소와 장소의 만남 시간과 시간과의 만남, 다른 이의 추억과 작가 자신의 추억과의 만남이 되곤 한다. 모든 것들이 오버랩되어 원래 그러했듯 한 화면에 그려진다. 작가는 서로의 의도적으로 오버랩시킨다.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나 아닌 타인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 장소에 머물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 것은 기억하고 있는 한 현재 자신의 이 시간 속에서도 다른 수많은 오버랩된 조각들을 그려내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