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년 멀리 떨어진 두 지역을 오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의도하지 않게 정주적인 삶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오고 가는 과정에서 매우 다양하게 변하는 길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이 전시는 이런 이동의 과정에서 늘 마주하는 길의 모습을 소재로 한다. 항상 같은 길을 다니지만 그 길의 모습은 시간과 계절, 감정에 따라 매우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중에서도 길을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잘리고 단절된 자연과 길이 공존하는 풍경은 내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길에서 느끼는 이런 미묘하고 얽힌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반복적인 축적의 흔적이 드러나는 수채화를 주된 매체로 사용하였다. 그림 속의 길은 어디로 이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