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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Night, Analog Photo Good Morning, Digital Photo

자하미술관   I   서울
소개
Good Night, Analog Photo
Good Morning, Digital Photo

필자는 지나가면서 뒤샹의 ‘레디-메이드’를 1910년대 ‘수공업의 종말’을 선고한 ‘대량생산’에 주목했던 것으로 간주한 반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1970년대 미국의 후기소비사회와 함께 태동했던 ‘대중매체’에 주목했던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수공업의 종말’을 선고한 ‘대량생산’과 함께 탄생한 기계가 있다. 사진기가 그것이다. 오늘날 디지털 카메라는 ‘대량생산(북제)’뿐만 아니라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대중매체’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진계는 그동안 사진의 형식과 내용에만 주목했을뿐,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접근에는 소홀했다. 따라서 필자는 자하미술관 기획전 <굿나잇, 아날로그 포토 / 굿모닝, 디지털 포토>를 ‘매체로서의 사진’으로 기획하고자 한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은 흔히 벤야민을 현대 매체미학의 선구로자 평가받게 한 텍스트로 간주된다. 오늘날 모바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우리들처럼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 사람들 역시 새로운 기술혁신에 의존하게 되는 것에 주목한다. 그는 기술복제시대의 매체들 중 특히 사진과 영화에 주목했는데, 그는 사진과 영화로 인해 전통적인 예술개념이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의 <상상의 박물관(Le Musee Imaginaire)>은 ‘사진 복제품’에 주목한다. 그는 사진 복제품을 통해 세계 각지에 있는 모든 작품을 볼 수 있음을 간파한다. 그것이 바로 ‘상상의 박물관’이다. 말로의 ‘상상의 박물관’은 예술작품들을 사진으로 복제한 일종의 ‘도록’을 뜻한다. 따라서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도판들로 실린 박물관의 도록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예술작품들을 만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벽 없는 박물관(museum without walls)’이 되는 셈이다.

오늘날은 발터 벤야민과 앙드레 말로가 살았던 아날로그 기술복제시대가 아닌 디지털 기술복제시대이다. 디지털 복제시대의 사진작품과 사진도록은 모두 컴퓨터로 편집되어 디지털 프린팅으로 제작된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복제’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시킨다. 왜냐하면 디지털시대에는 원본(이라는 개념) 자체가 부재(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물질적’ 아날로그 포토는 특정의 장소(미술관이나 갤러리의 전시장)에서 전시되기 때문에, 관객은 특정 장소를 방문해야만 작품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비물질적’ 디지털 아트는 언제 어디서나 작품을 전시할 수 있고 감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가벼운(비물질적인)’ 디지털 포토는 여러분의 가족과 함께 가정에서 TV로, 직장 동료와 함께 사무실에서 PC로, 연인과 같이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혹은 이동 중에 모바일을 통해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포토는 누구나 ‘디지털 퍼니처’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민주주의적 미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날로그 포토, ‘1%’를 위한 사진
디지털 포토, ‘99%’를 위한 사진

자하미술관 기획전 <굿나잇, 아날로그 포토 / 굿모닝, 디지털 포토>의 전시작품은 디지털 포토이다. 필자가 기획전에 초대한 3인의 사진작가들(김연수, 손현주, 이승희)은 그들이 촬영한 디지털 포토를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여 전시해 놓았다.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미디어’는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 그리고 TV모니터 등 디지털 기기를 뜻한다. 따라서 150점의 사진이 단 3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테면 관객은 디지털 미디어에 저장된 150점의 디지털 사진을 한 번에 볼 수 없고 매번 단 1점의 디지털 사진만을 볼 수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NO! 작품에 앉으세요.^^

자하미술관 기획전 <굿나잇, 아날로그 포토 / 굿모닝, 디지털 포토>는 가족의 달인 5월에 개최된다. 따라서 필자는 가족이 함께 즐겁고 편안하게 사진작품을 즐길(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종의 ‘생활공간’을 연출해 놓았다. 이를테면 자하미술관 제1전시장은 집안의 거실로, 제2전시장의 2개의 공간은 각각 서재와 침실로 연출했다고 말이다. 따라서 거실에는 소파와 테이블 등 흔히 거실에서 볼 수 있는 거실가구들, 그리고 서재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또한 침실에는 침대를 비치해 놓았다.

물론 전시연출에 전시될 가구들은 미적인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이면서 동시에 기능하는 생활가구(life furniture)이다. 필자는 가구연출을 위해 BR3 이상윤 디렉터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는 3인의 가구디자이너(금람해, 백종환, 정희라)를 선정하여 자하미술관의 전시 컨셉과 문맥을 이루는 아트 퍼니처를 제작하기 위해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자하미술관에 전시된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아트 퍼니처는 바로 BR3의 워크숍을 통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다. 물론 그 아트 퍼니처는 일상공간에서 사용가능하다. 따라서 관객은 전시장의 소파에 앉거나 침대에 누워도 된다.

눈으로만 보는 사진전이 아닌
귀로도 들어야만 하는 사진전

관객이 거실의 소파에 편안하게 앉으면, 서재의 우아한 의자에 앉으면, 아늑한 침실의 침대에 누우면 어디선가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그렇다! 이번 자하미술관의 사진전은 단지 눈으로만 보는 사진전이 아니라 귀로도 들어야만 하는 사진전이다. 자하미술관 기획전 <굿나잇, 아날로그 포토 / 굿모닝, 디지털 포토>는 일종의 ‘시청각 사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3인의 사진작가들은 각각 자신의 디지털 사진과 어울리는 사운드아티스트와 협업을 했다. 사진작가 김연수는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 출신인 작곡가 김남국과, 사진작가 손현주는 베를린 국립음대 출신인 작곡가 이윤경과, 그리고 사진작가 이승희는 재즈 힙합 프로듀서 시로스카이(Shirosky)와 공동작업을 했다. 그 3명의 사운드아티스트는 각각의 작가들이 디지털 미디어에 편집한 사진들을 보고 작품 컨셉과 문맥을 이루는 사운드를 작곡한 것이다.

현대음악 작곡가이며 아쟁연주자인 김남국은 윤이상과 백남준을 통해 한국에 알려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의 다름슈타트 국제현대음악제에서 동양인 최초로 ‘크라니히슈타이너’ 작곡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는 베를린 시립오페라극장에서 현대오페라 아쟁독주자로 활동했으며 베니스비엔날레 초청작곡가 등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기법으로 악기의 가능성을 최대한 뽑아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김남국의 사운드아트를 듣고 싶다면 자하미술관 제1전시실을 찾기 바란다.

현대음악 작곡가이며 설치미술음악가인 이윤경은 베를린예술대학교와 유럽예술대학연맹에서 장학금을 수여받았다. 그녀는 독일의 인사이드피아노 그룹 PIO 멤버로 연주활동 및 ‘사운드조각(sound sculpture)’이라는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Inventionen), 이태리 음악제(Mantra), 폴란드 국제현대음악제(Lutoslawski) 등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무대와 객석이라는 공간의 구분, 연주자와 청중이라는 관념의 구분을 해체하는 이윤경의 사운드아트를 체험하시고 싶다면 자하미술관 제2전시실을 방문하기 바란다.

힙합은 흔히 남성들의 전유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힙합씬에서 여성 프로듀서가 굳건하게 작업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힙합씬에서 살아남은 시로스카이(Shirosky)는 ‘한국 유일의 여성 재즈힙합 프로듀서’로 불린다. 시로스카이의 음악은 오묘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모스 부호처럼 느껴지는 곡들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번 자하미술관에는 '좋은 시간에 만들어진 성의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정규앨범 'La Lecture(책 읽는 소녀)'처럼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줄 것이라고 한다.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로만 볼 수 있는 사진

도대체 저 매혹적인 사운드는 어디에서 흘러나오는 것일까? 6미터가 넘는 높이의 거대한 전시장에 연출된 가구들 사이에 생뚱맞게 카메라를 장착한 삼발이가 전시되어 있다. 더욱이 그 카메라에 거대한 망원렌즈가 장착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만약 관객이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 본다면, 관객은 6미터 높이의 벽면에 사진 액자를 하나 발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관객이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에 시선을 던지면 6미터 높이의 전시장 벽면에 설치된 한 점의 사진을 보게 된다.

그 사진은 ‘새’를 촬영한 사진이다. 25년 넘게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야생동물을 카메라에 기록하고 있는 사진작가 김연수는 이번 전시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참수리(Steller’s Sea Eagle)를 촬영한 <한강의 마지막 황제 ‘참수리’>를 전시한다. 한국, 러시아, 중국, 일본에만 분포하는 참수리는 사냥을 하는 새인 맹금류(Rapter)이다. 한국참수리는 멸종되고, 지금은 참수리만 겨울철 한반도에 30여 마리가 찾아온다고 한다. 김연수의 말에 의하면 수도권 한강에 그들 중 어미새 2마리와 어린새 3마리가 매년 같은 장소에 찾아온다. 하지만 겨울철 우리가 그들과 조우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그들을 가까이서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은 더욱이 어렵다.

참수리는 육안으로 보기 힘든 먼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김연수는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장착하여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어 ‘방아쇠(셔터)’를 누른다. 이 점을 착안하여 관객에게 그가 촬영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보도록 전시장 중앙에 삼발이를 세우고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장착하여 놓았다. 따라서 이번 김연수의 <한강의 마지막 황제 ‘참수리’>는 획일적인 감상이 아니라 작품 바라보기의 새로운 체험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물론 관객은 김연수가 자연의 현장을 찾아 오랜 기다림을 통해 담아낸 순간의 이미지인 ‘야생사진’들을 작가와 마찬가지로 망원렌즈를 통해 보게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야생사진’은 생태적 사진, 즉 자연과 더불은 사진을 뜻한다. 김연수는 “나의 사진은 예술사진이나 상업사진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하고 그 소중함을 널리 알려서 하나뿐인 지구가 더 수명을 이어가도록 공감을 얻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따라서 그의 디지털 사진은 ‘조작’이 아닌 일종의 ‘다큐사진’을 갤럭시 탭에 담아 관객에게 ‘오래된 미래’의 생태적 환경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TV모니터로 리셋(Reset)하는 ‘오래된 미래’ 사진

자하미술관 제2전시장은 2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방은 서재와 침실로 연출되어 있다. 우선 서재로 들어가 보자. 서재에는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책꽂이가 비치되어 있다. 그리고 서재방 벽면에 거대한 황금액자 안에 컬러사진이 담겨져 있다. 흥미롭게도 그 컬러사진은 버려진 쓰레기들과 잡초들이 우거진 폐허가 된 건물과 그 옆의 소나무 숲에 건축된 모텔을 나란히 ‘고발’하고 있다. 이 사진은 손현주의 <리셋(Reset)> 시리즈의 한 작품이다. 그녀는 ‘리셋’ 시리즈에 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무너진 옛 관공서 소나무 숲 뒤로 모텔 불빛이 들어섰다. 안면도의 중심 읍사무소는 헐리고 새 건물이 지어졌으며, 읍의 상징으로 봄이면 흰 꽃이 나비처럼 날리던 벚꽃 나무는 몸통이 잘려 구석으로 옮겨졌다. 현대화라는 정치적 환멸은 백사 날리던 섬을 시멘트 발라 딱딱하게 굳혀 놨다. 걷기 길이 생기면서 육지와 잇는 인도교가 놓였다. 온몸에 철심을 박은 섬은 재생의 의지를 잃었다.”

소나무 숲의 모텔은 멀지 않은 미래에 무너진 관공서 건물처럼 폐허가 될 것이다. 따라서 폐허의 관공서는 소나무 숲 모텔의 미래를 암시하는 셈이다. 그런데 손현주의 ‘리셋’ 시리즈는 적어도 필자의 눈에 가까운 과거와 현재를 통해 멀지 않은 미래뿐만 아니라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미래? 물론 그것은 ‘초기상태’ 즉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오래된 미래는 '옛 것을 알면서 새 것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뜻한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의 환경(풍경)들을 참조하여 재구성하는 디지털 사진은 무엇보다 옛 환경(풍경)에 대한 현실인식을 관통한 탁월한 분석력을 요구한다.

손현주는 안면도 출신이다. 그녀의 <리셋> 시리즈는 옛 안면도의 환경(풍경)에 대한 현실인식을 관통한 분석력으로 새로운 사진세계, 즉 디지털 사진으로 ‘오래된 미래’ 풍경을 꿈꾸고 있다. 따라서 그녀의 <리셋> 시리즈는 ‘조작’을 통해 관객에게 오래된 미래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욕망으로 파괴된 과거와 현재 환경을 옆으로 나란히 병치하여 촬영한 사진들을 TV모니터에 담아 그들 사이의 환경(풍경), 즉 오래된 미래를 관객이 스스로 ‘리셋’ 하도록 한다.

너무 알려고 하지 마시라, 다친다!

자, 이번에는 침실을 방문해 보자. 우리는 침실을 흔히 공적인 거실과는 달리 사적인 공간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누군가의 침실 문이 조금 열려있으면 호기심이 발동된다. 관객이 누군가의 침실로 들어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사적 공간에 몰래 침입하는 스릴을 느끼게 된다. 자하미술관의 거실(전시장)에는 침대와 화장 테이블(dressing table)이 비치되어 있다. 따라서 관객은 침대에 누워 창밖을 통해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으며, 화장 테이블에서 화장을 고칠 수도 있다. 드레싱 테이블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액자가 하나가 놓여져 있다. 그 액자 안에는 마치 침실에서 촬영한 듯 보이는 흑백 사진이 한 점 담겨져 있다.

그런데 그 흑백사진은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면서 촬영한 어느 여인의 사진이 아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자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따라서 드레싱 테이블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액자에 흔히 볼 수 없는 사진이 담겨져 있는 셈이다. 관객은 엉뚱한 흑백사진을 보고는 드레싱 테이블에 있는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을 체크한다. 그런데 갑자기 액자 속의 흑백사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이미지 대신 텍스트가 등장한다. “인물들과의 대화 없는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이 텍스트는 그 텍스트는 마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자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찍은 흑백사진처럼 엉뚱하게 읽힌다. 혹 그것은 사진 속의 사람과 관객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이를테면 사진 속의 사람과 관객 사이의 관계가 ‘대화 없는 대화’라고 말이다.

관객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액자 속의 텍스트는 사라진다. 그리고 텍스트 대신 사진이 출현한다. 물론 이번 사진은 이전의 사진과는 다른 사진이다. 그 사진은 어느 여자의 일부분(얼굴을 볼 수 없도록 여자의 옆모습)만을 찍은 흑백사진이다. 여러분이 이미 감 잡았듯이 10초 정도 흐르자 이미지는 사라지고 텍스트가 나타난다. “그녀. 가만, 순간을 응시하노라면 말없이 밀려오는 이야기들.” 그리고 다시금 텍스트가 사라지고 남자의 뒷모습을 찍은 흑백사진이 등장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10초 정도 흐르자 이미지는 사라지고 텍스트가 나타난다. “남자는 거기에 서 있었다.”

그것은 갤럭시 탭에 담긴 사진작가 이승희의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Curiosity kills the cat!)>이라는 제목의 사진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이승희의 ‘이미지+텍스트’ 작업은 관객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작가는 관객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호기심을 가졌으면 책임을 지시라고. 조금 열린 침실 문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되어 사적인 침실로 들어온 관객에게 이승희는 사적인 흑백사진들을 보았으면 ‘책임(상상)’을 지라고 속삭인다. 그런데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의 영문 표기는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Curiosity kills the cat!)’가 아닌가?

- 미술평론가 류병학

전시 정보

작가 김연수, 손현주, 이승희
장소 자하미술관
기간 2016-05-07 ~ 2016-05-29
시간 10:00 ~ 18:00
휴관 - 월요일
관람료 1,000원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395-3222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자하미술관  I  02-395-3222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 (부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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