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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쉬프트: 로스 매닝 + 킷 웹스터

대안공간루프   I   서울
대안공간 루프와 맥크렐렌드 조각공원 갤러리, 아시아링크 아트는 상호협력 하에 <컬러쉬프트: 로스 매닝 + 킷 웹스터>전을 선보인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호주의 뉴미디어 작가 로스 매닝과 킷 웹스터의 작업은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지만, 한편으로 어떤 부분에서는 유사성을 지닌다. 매닝과 웹스터의 작업은 뉴미어를 통해 운동감각적, 시각적, 청각적 경험과 그 경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탐구한다. 또한 두 작가 모두 빛과 소리의 경이로움을 연구/ 조작하기 위한 기술에 매료되어 있기도 하다. 매닝이 움직임, 광학, 빛, 소리의 역학을 탐구하기 위해 기존 기술에서 익숙한 형식을 차용한다면, 웹스터는 빛과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기술에 착안하여 조금 더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새로운 시청각적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결국 이들은 기술과 사회적, 문화적 관계망 안에서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실험하며, 이러한 지점이 이들의 작업을 흥미롭게 하는 요소이다.

20세기 초 이래로, 예술가들은 당대 예술의 흐름 안에서 그 외연을 확장하고자 과학 이론과 새롭게 나타나는 기술을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그들은 지각적/ 공간적 장치들과 우리의 경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사물을 지각하는 방식을 분석하기 위해 옵티컬 아트와 미니멀 아트의 키네틱적 요소를 반영해 그들의 작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 탐구들은 근대 기술혁명의 중요성에 대한 반영이며, 인간의 지각활동에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본성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미술관들은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져 가는 현상과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에 주목하며 지각을 확장하고, 담론을 발화하는 당대의 예술가들을 전시에 초대하고 있다. 로스 매닝과 킷 웹스터는 그들의 작업을 통해 예술과 과학, 그리고 기술 사이의 개방된 교환의 방식이 뉴미디어아트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으며, 현시점에서의 새로운 표현방법들을 생성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브리즈번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로스 매닝의 작업에서 소리와 빛, 움직임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현상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는 물리학과 기술에 기반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밧줄, 선풍기, 조명, 레코드플레이어, 데이터 프로젝터와 같은 기성품과 일상으로부터 수집된 다양한 오브제로 구성된 키네틱 작업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집합, 구성된 작업은 스스로 작동하고, 비일상적인 템포에 맞춰 발생하는 빛과 소리로 관객을 매혹한다.

작업 초기에 매닝은 소리와 그 반복성이 주는 원초적인 지점에 호기심을 가졌다. 젊은 시절부터 손에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도구와 악기를 만들어 사운드를 만들고 그것을 녹음하며 실험했던 그는, 이 악기화 된 도구들을 연주하면서 알란 응우엔과 ‘파버 카스텔’을 결성하여 공공 퍼포먼스를, 또한 실험적인 밴드 ‘블루 니들’과 함께 사운드 페스티벌을 선보였다. 그리고 2006년 이후부터 매닝은 독립적으로 작곡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설치작업 형태의 앗상블라쥬를 선보여 왔다. 이와 더불어 그는 오디오 시각 장비를 보수하는 기술자로 일을 하면서 광학 원리, 특히 빛이 장비들을 통해 생성/ 활용되는 방법에 관한 테크노 기계학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매닝은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얻은 소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빛의 성질들을 섬세하고 다루고 정렬한다. 빛은 공간의 내부에서 형성되고 움직이는 방식으로 소리와 협력 작용을 한다. 따라서 이후 매닝이 빛의 지각적 영향을 탐구하면서 소리연구에도 천착하게 된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가 설명하듯, “소리가 그렇듯, 나는 순수한 색을 지닌 빛의 강렬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머더보드(본체 기판)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단층들에 대해 이해하며, 사운드 장비가 그렇듯 많은 전력이 가중될 때 프로젝터들이 갖게 되는 광학적인 단층 역시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깊고 원시적인 무언가를 가로지르고 관통한다. 그래서 나는 그러한 모든 요소들을 소리와 같은 작업으로 만들기 위해 조작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 확장된 형태의 사운드이며, 고요한 작곡이다.)”

매닝의 작업 안에는 이러한 발명가와 같은 태도와 더불어 키네틱 조각의 내부구조를 노출하는 형식적인 것에 대한 흥미가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그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매끈하게 완성된 과학기술 기반의 제품들이 우리의 일상적 삶에 자연스럽게 융합되고 동화되는 시대임에도, 정작 우리는 주변에 널리 퍼져있지만 쉽게 인지하기 힘든 기계역학과 과학 기술이 만들어낸 성과로부터 점점 분리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매닝은 그의 작업에서 기술의 베일을 벗기고, 보는 이와 작업 사이의 직접적인 교환으로 귀결되는 기계의 언어를 영리하게 드러낸다.

본 전시를 위해 매닝은 LCD 텔레비전과 거울, 비디오카메라와 전기, 빛, 레코드 턴테이블, 경적과 같은 일상적 재료를 사용해 세 개의 신작을 발표한다. 개념적으로 이 작업들은 소통방식의 끝없는 수정과 적응을 거치며 아이덴티티를 재현해내는 방식으로 기술과 언어의 개념을 가로 지른다. 리얼리티 텔레비전 쇼와 소셜 미디어, 가상 게임 등은 자아에 매료되는 것을 넘어 우리 존재의 면면에 깊이 배어들었다. 매닝은 <포인트 클라우드 오페라>(2016)와 <브릭스 앤 블록스>(2016)를 통해 주체로서의 기술이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형성하는가에 대해서 탐색한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구성이 만들어낸 이 멀티미디어 앗상블라쥬 작업들은 각 작업 스스로에 대한 관찰자와 같다. <브릭스 앤 블록스>에 숨겨진 비디오 카메라는 텔레비전 모니터와 색깔 조명의 색상을 촬영하고 그것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작품의 아래에 놓인 거울은 전자기적 효과와 시각적 효과의 교차와 융합을 과장함으로써 광학적 효과를 더욱 심화시킨다. 또한, LED의 빛을 오디오 시그널 형태로 변화시키는 오디오 앗상블라쥬 (2016)는 WiFi와 코드 시스템, 그리고 기계 언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환경에 스며들어있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오디오에서의 기계언어를 보다 명료히 하기 위해 빛의 가시적인 변화는 전기신호로 전환되는데, 이 전기신호는 공공주소를 통해 정보를 방송하는 데 사용됐던 경적 스피커의 배열로 보다 상세하게 전송된다.

멜버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킷 웹스터는 조각, 설치, 창조적 기술의 영역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그는 페스티벌에 기반한 퍼포먼스부터 전시, 건축적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교차협력적인 프로젝트 형태로 작업한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공간적 실험을 하는 그는, 독창적인 하이브리드 조각과 강렬한 시청각적 시퀀스를 통해 몰입적 환경을 만드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웹스터의 작업은 소리와 기술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초창기에 그는 일렉트로닉 음악에 영감을 받아 컴퓨터의 수용력과 사운드 레벨의 한계를 실험하고자 하였으며, 복잡하고 세밀한 사운드 작곡에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실험음악에 대한 관심은 웹스터를 멜버른의 RMIT대학의 사운드 아트와 비디오를 전공하도록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그는 비디오 아트의 잠재적 가능성을 접하게 되었다. 이후 웹스터는 생동하는 3D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다른 감각적 요소로서 빛을 사용했는데, 정렬된 음악에 맞춰 장면을 변화시키며 빛을 이용해 색과 이미지를 정교하게 투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종종 기술의 가능성을 앞세워 개념을 발전시키는데, 그의 작업은 뉴미디어의 경계를 확장하며 끊임없이 진보하는 새로운 기술의 잠재성이 바탕이 된다. 그리고 웹스터는 컴퓨터 환경과 실제의 환경 양측 모두에서 예술과 디자인에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을 시도함으로써, 한층 진보된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빛이라는 요소가 적용된 새로운 시청각적 미의식을 보여주는 실험적 개념을 선보인다.

웹스터의 조각적이고도 공간적인 퍼포먼스는 3D 프로젝션 매핑 프로그램을 통해 발생한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의 작업은 조각적이면서도 건축적인 형태의 표면 위에 변화무쌍한 색과 패턴, 그리고 최면적인 음향이 더해지면서 공간을 생동하게 만든다. 웹스터는 이 작업들을 ‘공감각적 비디오비쥬얼 조각’이라 명명하는데, 전작인 <애니그마티카>에서는 변환하는 색과 기하학적 애니메이션이 결합한 환영적인 연속체를 구심점이 있는 틀에 매달아 구현하였다.

그의 작업은 물리학의 개념들과 연관되어 있으며, 기술과 환경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그 나름의 대답이기도 하다. 웹스터는 작업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이미 익숙한 사실과 미지의 영역 모두에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무전 파동이나 신호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구성하고 있지만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기술의 언어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웹스터가 작업을 통해 주목하는 또 다른 부분은 점차 증가하는 가상현실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가상 환경에 우리를 노출 시키며, 이러한 디지털 환경의 경험은 우리의 지각 개념과 의식을 확장시킨다. 작가에 의하면 디지털이 개입된 환경과 사람 사이의 인터페이스는 “의식이 디지털 체제로 업로드 될” 단계에 와있다. 기술은 인간의식의 대안적 차원을 제공하기 위해 다른 감각들을 병합하는 과정에 도달해 있고, 기술의 진보는 물리적 환경과 디지털 환경 사이의 틈을 줄이고 있다.

그는 <페이스쉬프트>(2016)에서 지각과 의식의 개념 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물리적/디지털 환경 사이에서 나타나는 평행적 차원을 탐구한다. 본 작품에서 2미터에 이르는 기계 진자는 공중에 매달려진 채로 전자석에 의해 흔들린다. 그리고 내부에서 반복되는 진자의 움직임은 똑딱거리는 음으로 치환되어 공간을 메아리친다. 동시에 진자와 주변을 둘러싼 벽 표면에 영상이 투사된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 안에서, 리드미컬한 박자를 지속적으로 생성해내는 작업은 투사되는 영상과 서로 충돌하거나 상호작용하며 관객들을 최면적이고도 명상적인 경험으로 인도한다.

페니 틸 (맥크렐랜드 조각공원 갤러리 선임 큐레이터)

전시 정보

작가 로스 매닝, 킷 웹스터
장소 대안공간루프
기간 2016-04-29 ~ 2016-06-05
시간 10:00 ~ 19:00
휴관 - 없음
관람료 무료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3141-1074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대안공간루프  I  02-3141-1074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29나길 20 (서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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