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매순간 끊임없이 변하고 멈춰 있지 않다. 실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어제의 일들은 몽롱하고 과거의 흔적들만 남는다. 단절되고 분리된 현실의 세계에서 허둥거리며 나 자신이 잡아먹히고 있을 때, 물리적 경계로 세워진 벽 앞에 하나의 통로가 있다. 캔버스라는 문지방은 단절된 세계를 연결해주는 통로,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통로로 『천 겹의 바람길』이 열려 있었다.’ - 해 련 작가노트 일부
해 련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은 개인 또는 사회의 바람으로 시작하여 통하고, 순환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의 일원으로 작은 존재이나마 끊임없이 호흡하여 세상에 맞서기도, 흐름을 같이한다. ‘천 겹의 바람길’은 작가가 자연을 통해 숨 쉬고 체험하는 여러 층들의 결합체이다. 여러 층들은 하나의 장면으로 모여 파괴적인 파동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작품에 이내 고요함이 느껴진다. 정신없이 모든 일이 들이 닥치고 나갔을 때의 평온함. 그리고 곧 또다시 느껴지는 꿈틀거림. 겪었던 많은 과정들,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일지도 모르는 겹겹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고 마는 모습들이다. 변화하는 삶에 대한 여러 조건들을 따지기보다, ‘바람 길’을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 생각해야 하는 것. 이들이 모였을 때 성취 할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이 더 와 닿지 않을까. 해 련 작가의 이번 작품들이 말하는 바람의 소리를, 그리고 내면의 울림을 거닐며 혼란스럽고 힘겨운 이 시기에 위로와 용기를 얻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