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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빈_ 소요유 (YOO YOUNBIN_ Free & Easy Wandering)

갤러리도스   I   서울
무심히 부유하다 (전시서문: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거대한 물과 흙속을 거니는 작은 생물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람은 살아간다. 개인의 피부를 감싸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과 환경은 물고기의 몸을 채우고 비늘을 품은 물결을 닮았다. 세월은 솔잎을 흔들고 가지를 굽이치게 만드는 바람처럼 인간의 시간을 구부리고 호흡의 일부가 된다. 미약한 바람과 생물의 맥동이 일으키는 잔물결이 연못이 품은 생명의 증거가 되고 헤아릴 수 없는 계절의 틈에 잠시 핀 꽃잎은 우스운 찰나일지언정 숲에 축적된 낡은 각질 사이에서 시작을 알린다. 유윤빈은 특별하거나 대단한 위인의 생이 아닌 자신을 비롯한 보통의 삶에서 마주하는 작고 연한 숨결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다.

화면을 채우고 있는 격자무늬의 얼룩은 생물의 비늘을 연상 시킨다. 작품일부에 등장하는 물고기의 형상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미지이지만 파충류가 벗은 허물처럼 화면 속 세상을 혼탁하게 가리고 있다. 작품의 일부이지만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과 화면 가장 처음의 층에 그려진 대상을 가리는 역할을 하는 비늘의 형상은 우리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거리를 채우고 있는 얇고도 짙은 형상 없는 공기일 지도 모른다. 많은 문학에서 대상의 본질을 껍질과 대조되는 내면으로 칭하고 중요한 무게를 두지만 작가는 사물의 표면과 그를 이루는 허물의 가림 없는 솔직함을 담담히 바라본다. 자신의 선택과 관계없이 겪은 환경과 상황의 마찰이 새겨지고 스며있는 피부는 사람의 잣대로 가벼이 정한 옳고 그름의 잣대에 굴하지 않는다. 비늘, 안개 혹은 물결로 불릴 한 겹의 얼룩은 촘촘한 구조와 규칙을 지니고 있으며 때로는 변덕스럽고 무정하게 자신이 겪은 시간을 압축하여 보여준다.
실제 종이의 접히고 말린 얕은 요철이 만들어내는 입체감은 비현실적인 형상이 조합된 관념의 풍경에 호기심을 가지고 몰입 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관객은 무늬의 입체감으로 인해 작품을 만지지 않고도 물에 손을 담군 채 손가락을 스치고 간질이는 물고기의 표면을 느끼듯 촉각적인 감상을 할 수 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비늘의 구조가 무너져가며 연기처럼 나풀거리는 형상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영원히 반복되듯 보이지만 사람의 짧고도 덧없는 시간과 기억에서 금새 사라지는 삶의 입김처럼 작품의 표면에 묻어있다. 배경을 구성하는 먹의 촉촉한 번짐과 짙은 색은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높은 채도로 그려진 생물의 모습과 대비를 이룬다. 앞서 이야기한 상반된 표현의 차이로 인해 드러나는 형상 간의 명확한 구분은 모호한 은유로 채워져 있는 동시에 분명한 맥락을 지닌 작품이 견고한 이야기를 지닐 수 있도록 조화를 이끈다.

유윤빈의 작품은 복잡하고 조밀한 간격의 무늬로 채워져 있지만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호흡이 존재한다. 작품의 표면을 가리며 켜켜이 쌓인 그물은 동시대 사람들이 도시의 삶에서 편리와 속도를 대가로 관절을 옥죄는 무거운 관계와 가슴의 박동을 짓누르는 무게일 수 있다. 오래된 창고에 걸린 거미줄처럼 엉킨 안개의 틈을 들여다보면 그 복잡함을 무색하게 만드는 무정하고 무신경한 생물의 표정과 방향 따위를 염두에 두지 않은 자유롭고 느린 헤엄이 있다. 작가는 물기를 머금은 종이에 한 방울의 먹이 거짓 없이 번지듯 서두름 없는 속도로 시선을 이끈다.

전시 정보

작가 유윤빈
장소 갤러리도스
기간 2021-06-16 ~ 2021-06-22
시간 11:00 ~ 18:00
전시 종료일(6/22) 11:00~13:00
관람료 무료
주최 갤러리 도스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737-4678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갤러리도스  I  02-737-4678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7길 37 (팔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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