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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에도사가있다   I   서울
피켓의 목적은 억울함의 토로, 폭로, 주장, 정치적 슬로건, 촉구, 신앙고백, 혐오감의 분출 등 다양하다. 피켓의 말투는 거칠고 단순하다. 'ㅇㅇ를 살려내라' 처럼 뜨거운, 뜨거울 수밖에 없는 문구도 있지만 대개 말하는 자의 뜨거움은 차갑고 딱딱한 말투 안에 머문다. 사연을 전하고자 하는 간절함은 피켓을 든 행위와 피켓의 말투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삐져나온다.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건 하지 않건 나는 상투적인 말투에 갇힌 움직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밑에 깔린 사건들, 충돌하는 감정들, 정치적 과정들은 피켓 속 짧은 한 문장으로 수렴된다. 나는 언젠가 사람이 붐비는 거리에서 한 신자의 인상적인 피켓을 보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 피켓에는 묵시록과 같은 무시무시한 내용이 두 문장으로 요약되어 있었다. 심지어 영어로(엉터리였지만) 번역도 되어 있었다. 한국인은 물론이고 혹시 그 거리를 지나갈지도 모르는 외국인까지 한 명도 놓치지 않고 메세지를 전하겠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의 곁을 무심히 지나갔지만 피켓을 든 신자는 세상의 핍박과 멸시에도 굴하지 않을 것 같은 눈빛으로 당당히 서 있었다. 반은 재미삼아 그를 찍던 나는 곧바로 카메라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는 결코 업신여길 수 없는 어떤 숭고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 전 그 피켓의 문구의 정확한 워딩이 떠오르지 않아 그때 찍은 사진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 사진을 찾을 수 없었다. 사진이 사라지고 나니 그 순간이 더욱 종교적 체험처럼 느껴진다. 이 드로잉들은 시작 전, 피켓이라는 형식이 먼저 고려되었다. 즉 피켓의 문구를 추출하듯 서사의 파편들을 아래쪽에 깔아놓고 점차 위쪽으로 간추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피켓에 의해 끌어올려진 사고의 단편들과 감정의 흔적들은 이상한 종교의 문장처럼 결합되었다. 전시를 하는 것은 세상을 향해 피켓을 드는 일과 비슷하다. 일상에 의해 검열되고 방치되었던 생각과 감정의 결정들은 전시를 통해 목소리를 갖는다. 그 목소리는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도달할 것이다.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차가운 거리에서 그 믿음이 신자를 버티게 할 것이다.

전시 정보

작가 김소영
장소 공에도사가있다
기간 2016-05-24 ~ 2016-06-05
시간 13:00 ~ 20:00
휴관 - 없음
관람료 무료
주최 인디아트홀 공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2632-8848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공에도사가있다  I  02-2632-8848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서로30길 30 (양평동1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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