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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leben 스틸 레벤

캔 파운데이션   I   서울
Still Leben – 삶의 정물 
윤수정 큐레이터
독일어 ‘Stilleben’은 영어로 쓰자면 ‘Still life’, 회화의 한 장르인 정물화를 뜻하는 단어이다. 단어의 영어식 표현처럼 스틸레벤(Stilleben)도 정지된, 고요한을 의미하는 Still과 삶, 활력, 생명을 뜻하는 Leben이 연결된 구조를 갖는다. 전시 ≪스틸-레벤≫에 대한 글을 시작하면서 가만히 생각하다 몇 년째 사용하는 내 앞의 나무 책상 위를 보게 되었다. 책상 위에는 물건이 많다. 대부분 책과 잡동사니들이다. 책들은 부피도 크고 아무래도 눈에 잘 띄게 진열해서 더 많아 보이는지 모르겠고, 잡동사니로는 작은 피규어와 문구류, 아기자기한 소품, 액자, 엽서 등이 있다. 이것들 중에는 어디서 직접 구해온 것도 있고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은 것 혹은 사은품도 있다. 이 책상 위 물건들은 큰 쓸모는 없지만 버릴 수 없고, 나에게 이런저런 연상과 기억을 불러일으켜서 마치 내 일상과 취향을 함축하는 어떤 그림과도 같다.
이번 2인 전에 참여하는 장은의 작가와 오샛별 작가는 약 20년 전 함부르크 예술대학에서 만났다. 같이 순수미술을 공부한 사이였고 그때 서로 처음 가볍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12년 만에 그들이 재회 했을 때 장은의 작가는 오랜 기간 독일에서 거주하지만 올바른 한국어를 사용하려 애쓰는 오샛별 작가의 모습이 본인의 근원을 탐구하는 그녀의 작업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장은의 작가는 접시 위에 올려진 과일들을 그린다. 작가가 그리는 그림은 전형적인 정물화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이를 하나의 초상화이자 추상화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림 속 접시들과 과일은 모두 작가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주변의 인물들과 나누었던 시간을 바탕으로 접시와 과일을 그린다. 어느 그림 속 접시는 독일의 레지던시에 있던 것이고, 어떤 그릇은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빌려준 것이다. 작가는 자신들의 그릇을 기꺼이 빌려준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떠올리며 접시와 과일들을 실험하듯 배치하고 그린다.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과일과 접시는 작가에게는 삶의 에피소드이고 어떤 사람에 대한 인상을 그린 초상화가 된다. 매우 일상적이고 익숙한 장면이지만, 작가는 그릇의 기하학적인 동그라미와 과일의 비정형의 동그라미에서 인공의 세계와 자연의 세계가 공존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 모습은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존재가 서로 다름에 이유를 묻지 않고 함께 하는 장면으로 전형적인 정물화를 넘어 추상적인 장면이 된다. 
오샛별 작가는 베를린에 살면서 유럽을 배경으로 활동하며 빛 조형물을 만든다. 유난히 어둡고 긴 겨울을 보내야 하는 북 독일에서 조명은 그 자체만으로 집 안에 적당한 온도와 빛을 주는 중요한 실내 소품이다. 작가는 본인의 집에서만이라도 한국적이면서 익숙한 분위기를 누리고 싶어 한국에서 가지고 온 한지와 주름종이로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등을 처음 본 독일 친구들의 호평은 주문으로 이어져 여러 가지 종류의 등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조명의 주요한 재료로 한국의 전통적인 한지를 선택한다. 그리고 오랜 기간 등을 제작하면서 한지의 견고함과 종이를 통과해 나오는 은은한 빛에 매료되어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한지와 등나무살로 만든 구조물 위에 주름종이를 풀로 붙여 나가면서 작품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되어간다. 작가가 주름종이를 하나하나 손으로 꼬아 붙이는 과정은 명상에 가깝고, 그런 과정을 통해 오샛별 작가의 빛 조형물은 만들어진다.  
이처럼 두 작가는 집중하고 있는 예술의 장르도, 골몰하는 주제도 다르다. 그에 따라 작품이 지닌 성향과 형태도 상이하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를 함께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작가가 살아가는 나날을 고요히 살피며, 삶의 정서와 이야기들을 작품에 담아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일 것이다. 장은의는 작가를 둘러싼 인물들과 그 관계의 기억들을 그려내고, 오샛별은 살아온 환경과 자신의 내면을 두루 살피며 빛 조형물을 만든다. 그렇게 전시장에 있는 작품들은 두 작가가 관조한 삶 속에서 사물을 선택하고 담아낸 정물화는 아닐까 짐작해 본다. 자명하게도 우리의 삶은 고요하지 않다. 늘 바쁘고 시끄럽고 불편하다. 그럼에도 내가 책상 위에 올려놓을 물건들과 버릴 물건들을 고심하여 고르는 것처럼 일상을 잠시 정지하고 숨을 고르는 시간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이는 삶을 성찰하고 자기만의 정물화를 그리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두 작가의 작품에는 그러한 시간들이 조용히, 그리고 단단하게 쌓여 있다.

전시 정보

작가 장은의
장소 캔 파운데이션
기간 2022-08-25 ~ 2022-09-08
시간 13:00 ~ 18:00
매주 일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주최 캔 파운데이션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766-7606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캔 파운데이션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18길 16(성북동)

전시 참여 작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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